[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한국은행의 4월 기준금리 동결은 정부와 시장, 그리고 정치권에 던진 의미가 남달랐다. 채권시장에선 예상을 뒤집은 금리 동결을 '김중수의 난(亂)'이라고 이야기 했다.


"쉽지 않지만 옳은 결정을 했다"고 자평한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번 금리 동결로 무엇을 얻고, 또 무엇을 잃었을까.

김중수, 强手와 惡手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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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금통위는 '산통(産痛)위'라 불릴 만했다. 늦어도 10시 10분쯤 공개가 되는 금리의 방향이 10시 20분을 코 앞에 두고야 전해졌다. 하루 전 사전회의 시간을 포함하면 이번 회의에 실린 무게감을 짐작할 수 있다.

결과는 '동결'. 브리핑룸을 빽빽히 채운 취재진의 속보 타전 직후 금융시장은 요동쳤
다. 코스피는 하락반전했고 국고채 금리는 급등세를 탔다.


금융시장의 요란한 반응은 그간 김 총재와 시장 사이의 신뢰 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그간 김 총재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 한다'는 식이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금통위에서 대개 금리 인하를 점쳤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김 총재는 0.25%포인트 수준의 '타협'도 허용하지 않았다.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 내용 등을 종합하면 "돈 풀어 경기를 지탱할 만큼 향후 전망이 어둡진 않다"는 게 김 총재의 판단이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라도 경기 급락을 막아야 한다는 정부와 경기 인식이 엇갈린다. 양측의 입장차는 성장 경로에 대한 시나리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 총재는 이번 결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금리를 결정하는 곳은 한국은행'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은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신뢰도 얻었다.


덩달아 조직 내 인기도 급상승했다. 외압 속에서 한은의 체면을 살려줬다는 평가가 많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총재를 싫어했던 직원들이 '우리 김 총재'라는 호칭을 붙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한 덕에 시장에 대한 영향력과 소통 능력도 올라갔다. 시장은 이제 김 총재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를 더욱 주목하고, 분석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다만 앞으로 경기가 악화될 경우 책임론을 비켜가긴 힘들게 됐다. 김 총재는 '2분기 이후 경기 회복세가 더디면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지적에 "통화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지만, 중앙은행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진 않겠다"고 했다. 이어 "쉬운 정책을 취할 수 있지만, 올바른 정책을 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여당과의 공조에 일부 파열음이 생긴 것도 김 총재가 안아야 할 부담이다. 금리 동결 후 정부에선 "할 말을 잃었다"는 혹평이 나왔다. 정치권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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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진검승부일까. 6개월째 금리가 동결돼 다가오는 5월 금통위는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한 상황에서 금리를 결정하게 됐다. 실물 경기의 회복세에 따라 정부의 압박은 더 거세질 수 있다.


이런 논란을 뒤로 하고 김 총재는 월요일인 15일 워싱턴으로 출국한다. 국제통화기금(IMF)·중앙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한 뒤 21일 귀국할 예정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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