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자율공급, 값만 2배 뛰었다
'인정' 채택으로 바뀐 후 1년, 내용은 그대로인채 가격만 상승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새학기 중고등학교 교과서 값이 1년 만에 2~3배 이상 껑충 뛰었다. 교과서 선진화 방안에 따라 기존 공동발행 방식에서 출판사별 개별자율 공급으로 전환되면서 교과서 유통비와 발행비용의 상승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다.
9일 김태년 민주통합당 의원이 중학교 교과서 가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존 검정교과서(445종)의 평균 가격은 4973원이었다. 그러나 인정교과서로 전환 후 1년 뒤인 올해 교과서(200종)의 평균 가격은 2배 이상 오른 1만218원이다. 고등학교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검정교과서 가격은 평균 3752원(총 35종)이었지만 인정교과서로 전환 후 올해 가격은 평균 7919원(총 30종)을 기록했다. 이 역시 1년 만에 가격이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정부가 2009년 발표한 '교과서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이번 개정교육과정부터 국검정 중심이던 교과서 심의과정이 시·도교육청 인정심의만으로 출판할 수 있게 전환됐다. 또 출판사들이 공동으로 발행하던 체제도 개별자율공급으로 개편했다. 당시 교육부(교육과학기술부)는 "참고서가 필요 없도록 교과서의 질을 높인다"는 의도로 가격자율화 등을 함께 추진했다.
그러나 가격만 올랐지 실질적인 내용의 '질'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A출판사의 중학교 과학 교과서는 기존 검정본과 새 인정본의 내용이 거의 동일하고, 판형·색·종이질 등도 바뀐 부분이 없었다. 다만 새 인정본에서 30페이지가 증가했고, 가격(총3권)은 2만2750원에서 3만1500원으로 38.4% 올랐다. B출판사가 발행한 중학교 보건 교과서도 페이지 수만 늘고, 기존에 있던 삽화 및 내용은 동일했다. 가격만 3620원에서 7950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올 초 교육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학교 국어(상) 교과서도 전년도 평균 3405원에서 3824원으로 12.3% 올랐다. 영어 교과서도 2011년 2810원에서 지난해 3197원으로 13.8% 상승했다. 교과서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률은 2010년 3.9%에서 2011년 36.6%, 2012년(3월 기준) 11.3% 등을 기록해 매년 오르고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단순히 교과서 책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멀티미디어 등의 교재도 함께 제작해야 하며, 컬러 화보의 인쇄 매수가 늘고, 제작 단가가 오르면서 가격이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또 공동발행제가 사라지고 출판사별 개별자율공급체제로 바뀌면서 교과서 시장도 대형 출판사 위주로 재편됐다. 당시 교육부는 "출판사들이 공동 발행하는 것은 또 하나의 카르텔"이라고 주장하며, 올해 1학기 중학교 교과서부터 2009년 개정교육과정을 채택하고, 2015년까지는 공동발행제를 완전히 폐지할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체 유통망이 없는 중소출판사들은 개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교과서 시장에서 손을 떼야 했다. 교과서 출판업체는 전체 56개사에서 38개사로 줄었고, 이 마저도 5~6개 대형출판사가 독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중소출판사 관계자는 "중고등학교 전체 교과서를 개발하는 데 10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한 번 개발하면 이전에는 5년여의 기간을 관행상 보장을 해줘서 몇 차례에 걸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교과서 개정 주기가 짧아져 시장성을 확보할 자신이 없다. 이번에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서 교과서 시장에서 손을 뗐다"고 말했다.
다른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검정교과서를 내는 20개 이상의 출판사들이 자율적으로 협의체를 구성해서 공동제작 시스템 형태로 교과서를 제작하고, 학교에 공급했다. 그러나 3년 전부터 정부에서 공동생산을 하지 말라고 해서 자율적인 협의체가 깨진 이후로는 전국 단위로 학교 영업을 할 수 있는 메이저 출판사들만 교과서 개발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김태년 의원은 "교과서 선진화가 결국엔 '대형출판사 몰아주기, 교과서 가격 올리기'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지금 2015년까지 공동발행제 완전폐지하고 인정교과서 체제로 가는 것으로 돼 있는데, 결국 교과서 가격만 상승하고 '질' 관리는 전혀 되지 않는다. 교과서 선진화방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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