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영화]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닌 '부부'의 맨살..'호프 스프링즈'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결혼 30년차된 '베테랑' 부부의 이상적인 모습은 뭘까. 케이(메릴 스트립)와 아놀드(토미 리 존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없는 중년의 부부다. 반듯하게 자란 자식들은 어느 새 그들 품을 떠났고, 아놀드의 직장 생활은 일상적으로 잘 굴러간다. 슬슬 몸의 이곳저곳이 삐그덕거리지만 건강에 큰 이상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이들 사이에 없는 게 있다면 바로 '부부 관계'다.
영화 '호프 스프링즈'는 오래된 부부의 '힐링캠프' 같은 영화다.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각 방을 쓰고, 마지막으로 키스를 한 지가 언제인지도 너무나 까마득한 이 부부가 서로에 대한 애정을 있는 힘껏 표현하게 되기까지 그 과정은 험난하다. 우선 아내의 제안대로 성상담 전문가를 찾아가기까지가 문제다.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남녀 간의 입장차는 평행선을 달린다.
아직 소녀감성을 간직하고 있는 케이는 예전의 그 활기와 설렘을 되찾고 싶다. '남편'과 '아내'라는 역할놀이에 각자 충실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부부'생활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놀드는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 밥 먹고, 일 하고, (각자의 방에서) 자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아내의 불만을 새겨듣지 않는다. 하지만 직장 동료의 '아내가 있을 때 잘하라'는 식의 충고가 아놀드에게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게 했는지, 결국은 부부상담소로 가는 머나먼 길에 동참한다.
전문 상담가(스티브 카렐)가 요구하는 미션은 단순하다. 잘 때 서로 껴안고 자거나, 혼자서만 가지고 있었던 성적 판타지를 고백하거나 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30년을 함께 살았는 데도 서로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는 것부터가 이들 부부에겐 너무 어색하다. 허둥대는 팔을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는 이 두 중년 남녀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서로의 성적 판타지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자극적이기 보다는 애처롭고 사랑스럽다. 생각같지 않게 몸은 왜 그리 뻣뻣하기만 한 지, 마음과 달리 왜 입에서는 상처를 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오는 지 말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후로 메릴 스트립과 두번째로 호흡을 맞춘 데이빗 프랭클 감독은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패션 편집장에서 무뚝뚝한 남편의 말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감수성 충만한 주부 케이로 메릴 스트립을 변신시킨다.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 애를 쓰는 두 중년 배우들의 연기는 늘 그렇듯 어떠한 찬사도 무색하다.
'호프 스프링즈'는 마지막에 삽입된 레니 크라비츠의 'It Ain't Over 'til It's Over'처럼 부부관계도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3년을 살아도, 30년을 살아도 꾸준히 서로를 솔직하게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일주일간의 힐링여행으로 어긋난 관계가 하루아침에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여행길에 나섰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관계회복을 위한 첫 단추는 끼운 셈이다.
적재적소에 쓰인 음악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역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음악감독 테오도르 샤피로는 주인공들의 심리에 맞는 노래를 선곡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레이첼 야마가타의 'I don't want to be your mother'이나 애니 레녹스의 'why' 등이 그것이다.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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