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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가 스스로 위상을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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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지난 2009년 2월 사진 한 장이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군 헬리콥터 조종사로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두 다리를 잃은 여성 퇴역군인 태미 덕워스를 보훈부 차관보로 지명했다는 뉴스와 함께 게재된 사진이다. 사진 속 오바마 대통령은 덕워스의 의족에 맞춰 느리게 걸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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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워스는 대학원 재학 시절 헬리콥터 조종사에 지원해 입대했다. 지난 2004년 11월에는 이라크전에서 블랙호크 헬리콥터를 조종하던 중 로켓 공격을 받아 두 다리를 잃고 오른쪽 팔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오바마는 그의 용감함을 치켜세우고 보훈처 차관보로 임명했다. 이후 덕워스는 일리노이주 보훈처장까지 역임했다.

미국인들은 참전용사를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하다. 길거리에서 군인들을 만나면 "thank you, your service"라는 말을 자주한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던진 이들에 대한 존경심의 표시다. 참전용사의 예우를 위한 조직도 탄탄하다. 미국의 국가보훈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는 장관급으로 25만명의 공무원이 근무 중이며, 전체 국가예산의 3.7%가 배정된다. 호주나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도 모두 장관급이며, 그 지원 또한 적지 않다.

반면 6ㆍ25전쟁을 경험한 한국의 경우를 보자. 국가보훈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보훈처는 1300여명의 공무원이 국민의 5%에 해당하는 국가유공 수권자 85만2000명과 유가족 등 237만명을 담당한다. 예산도 국가 전체의 1.8%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가보훈처는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할 때도 보훈기관의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보훈부로의 승격을 건의한 바 있다. 나라를 지킨 이들의 명예를 지켜주는 국가보훈처의 승격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승격을 하기 이전에 국가보훈처가 갖춰야할 조건들이 있다. 실현가능한 정책을 만드는 일이다.

1일 박근혜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국가보훈처는 논란이 됐던 군 가산점제의 대체방안으로 단기 의무복무 전역자 지원대책으로 군복무기간을 공무수행 경력으로 인정, 정년을 길게는 3년가량 연장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방안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보훈처는 여성ㆍ장애인단체의 반대를 고려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지만 대책안으로 보기에는 좀 미흡해 보인다. 이 제대군인 지원대책도 결국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또 제대군인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방산기업에 2~5%를 의무 취업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제대군인의 취업률만 의무적으로 높인다면 박근혜정부가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들과 충돌하는 것은 아닌지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설익은 대책안만 내놓은 국가보훈처는 이날 자체행사를 위해 전 직원을 잠실로 동원했다. 국가보훈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행사였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이날 성과홍보에 직원들의 동원하기 보다 국민에게 추가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홍보대책보다는 진정성 있는 보훈대책을 내놓을 때 국민들도 국가보훈처의 부 승격이 정당하다고 공감할 것이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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