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평그룹 前부회장 해외도피 14년 만에 재판 넘겨져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IMF 당시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미국으로 달아났던 거평그룹 나선주 전 부회장(52)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강남일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나 전 부회장을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나 전 부회장은 거평그룹 나승렬 회장의 조카로 나 회장과 함께 사실상 그룹 전체를 지배했던 사람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나 전 부회장은 나 회장과 함께 지난 1998년 한남투자증권 및 한남투자신탁운용을 인수한 뒤 심한 자금난으로 부도 직전이던 거평시그네틱스 등 계열사들의 무보증 회사채 1800억원 상당을 한남투신운용의 고객 신탁재산으로 매입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한남투신운용 대표이사는 계열사들의 부도로 회사채들이 상환 불능에 빠지는 사태를 염려해 자금지원을 거절하면서 사표까지 냈음에도 나 전 회장은 이를 강행했다.
나 전 부회장은 또 같은 해 계열사 대한중석의 재산 387억원 상당을 다른 계열사에 대여하거나 예금 담보로 제공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대한중석은 총부채가 3500억원에다 금융기관 대출금만 2800억원에 달해 더 이상 금융기관의 차입금을 갚을 수 없어 부도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거평그룹은 1797년 나승렬 회장이 설립했으며 무리한 인수 합병으로 사세를 키우다 IMF 외환위기를 맞아 계열사 대부분이 부도 위기해 처했고 그런 와중에 금융기관까지 인수했다가 사실상 그룹 전체의 부도를 맞았다.
나 회장과 그룹 핵심 임직원은 배임 등 혐의로 2000년대 초반 모두 기소돼 재판까지 받았으나 나 전 부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던 1999년 4월 미국으로 달아났다.
줄곧 해외 도피 생활을 하던 나 전 부회장은 비자만료로 불법체류자 신분이던 상태에서 한·미 수사 공조로 지난달 미국에서 체포돼 이달 초 국내로 송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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