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 파격 기용, 효과 분석해 보니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 연구소 사장이 내정되면서 '외부인 효과'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강력한 외부인의 등장이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미국 시민권자로 오랜 기간 해외 생활을 한 김 내정자가 국내 사정에 어두울 것이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이다.


1970년대 미국으로 이민을 간 미국 시민권자인 김 내정자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한국에 네트워크는 없지만, 바깥 사람으로서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가 언급한 '바깥 사람' 영입의 최대 장점은 그 영입 자체가 조직에 변화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병권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경영진 영입할 것인가 육성할 것인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존 구성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과 스킬로는 급변하는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영입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즉 외부인 영입은 대외적으로는 강력한 변화의 의지를 보여주고, 내부적으로는 안이한 사고에 빠진 구성원들을 각성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근거지가 없는 '해외파'들은 지연·학연·혈연 등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장점도 있다. 가장 성공적인 외부 인사 영입의 사례로는 한국 축구 대표팀을 월드컵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이 꼽힌다. '순 외부인'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연고주의와 권위주의를 타파한 그의 리더십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거론될 정도다.

박경원 서울여대 행정학 교수는 "기본적으로 조직에 새로운 피가 들어오면 많은 부분에서 불협화음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새로운 활력소가 돼 기존 구성원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금붕어가 살고 있는 어항에 새 물고기를 넣으면 움직이지 않던 금붕어들이 갑자기 활발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도 "(외부인 영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외부 인사 수혈이 실패에 그친 사례도 상당하다. 새 인물이 조직 내부의 분위기, 문화 등을 제대로 익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기존 구성원들과 충돌하기 쉽기 때문이다. 카이스트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4년 총장으로 영입된 로버트 러플린 총장은 처음엔 노벨상 수상자라는 후광까지 업고 '한국 과학기술계의 히딩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급진적인 개혁안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 교수들과의 불화 등을 거듭하다 2006년 7월 퇴진했다.


이어 2006년부터 총장직을 맡은 서남표 총장도 많은 논란 끝에 중도하차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출신 '정통 해외파'였던 서 총장은 교수의 정년보장(테뉴어) 심사 강화, 학부 전과목 영어 강의, 차등등록금 부과 등 '과감한' 개혁정책을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밀어붙이다 학생들의 자살을 초래하는 등 격렬한 반발을 사 결국 이달 말 자진사퇴하게 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원회 시절에도 영국인인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국제금융센터기구(DIFCA) 회장이 인수위 산하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파격발탁돼 화제가 됐다. 인수위원으로는 첫 외국인이었던 그는 외자유치, 규제완화 등을 적극 주장하고 나섰지만 '외국인 금융전문가'라는 상징적인 의미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한국관광공사의 이참 사장은 비교적 성공적인 외부 인사 영입이었다는 평이다. 독일 출신으로 1986년에 귀화한 그는 이후 2009년 취임해 3년 임기를 채우고 지난 해 7월 1년 연임을 통보받았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참 사장의 임기 기간인 지난해에는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색다른 시각에서 한국을 바라볼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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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참여연대 시민감시 2팀장은 "해외파 인사들을 영입하면 국내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점이 있고 관광공사처럼 해외 인사들이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분야도 있다"면서 "그러나 보안, 국방 등과 같은 영역에서는 이들의 기용에 신중해야 하며 향후 자신의 이익과 국익이 충돌할 때 어떤 입장을 보일지에 대한 검증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인이냐 아니냐, 그 출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들이 국내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어떻게 일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경종민 카이스트 교협 회장도 "외부인이라서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조직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가지고 그 사정과 문화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하느냐 여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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