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농의 샘' '카미유 클로델' 등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프랑스 정부의 부자증세 정책에 반대해 지난해 12월 프랑스 국적을 포기하더니 지난 3일(현지시간) 기어이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했다.
드파르디외는 프랑스 여론을 의식한 벨기에 정부가 그의 '세금망명'에 반대하자 곧 러시아로 눈 돌렸다. 그는 러시아 정부에 러시아가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좋아한다"는 둥 아부가 담긴 국적 신청 서한까지 보냈다.
드파르디외는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 170여편에서 프랑스의 정서를 잘 표현해 국민배우라는 평까지 얻었다. 프랑스 국민들의 충격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많은 프랑스인들로부터 사랑받고 부와 명예까지 거머쥔 국민배우가 세금 때문에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 러시아의 국민이 됐으니 '초라한 반민주주의 국가' 프랑스의 국민은 황당했을 것이다.
영화 제작자이기도 한 드파르디외는 파리 시내 중심가에 고급 호텔을 갖고 있으며 프랑스ㆍ이탈리아ㆍ모로코ㆍ알제리에 포도농장도 소유하고 있다. 사업가로도 성공한 그의 재산 규모는 1억2000만달러(약 1275억원)에 이른다.
속을 들여다 보면 프랑스인들이 드파르디외에게 특히 분노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프랑스 배우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은 혈세 덕"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국립영화센터(CNC)를 통해 예술ㆍ문화ㆍ영화 산업 지원에 나선다. CNC의 유동자산은 지난해 2월 현재 13억달러 규모다. CNC 산하 46개 위원회는 영화사, 영화 제작자, 배우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 '아티스트' 제작자 토마 랑만의 말마따나 "CNC가 없었다면 태어나지 못한 영화는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프랑스 영화계는 CNC로부터 될 수 있으면 더 많은 돈을 얻어내기 위해 영화 예산 부풀리기에 나서곤 한다. 일례로 드파르디외가 출연한 영화 '아스테릭스'는 CNC 예산을 8000만달러나 가져갔다. 하지만 흥행실적은 참패였다.
프랑스에서 납세자가 배우들의 '봉'이 되는 것은 이런 시스템 탓이다. 코미디 영화 '완벽한 계획'은 적자를 기록했지만 배우 대니 분은 출연료로 460만달러나 챙겼다. 다니엘 오퇴이유는 최근 출연한 영화 네 편 모두가 흥행에 실패했지만 편당 출연료로 200만달러를 가져갔다. 장 르노, 마리옹 코티야르, 오드리 토투는 흥행실적과 상관없이 편당 출연료가 66만~26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투자수익률이 형편없는 영화에 프랑스 정부는 왜 돈을 쏟아붓는 걸까. 세계 전역에 프랑스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프랑스 소재 영화 배급사 와일드 번치의 창업자인 뱅상 마라발은 "프랑스 영화 업계에 시장논리를 적용하면 연간 생산되는 220편 가운데 90%가 아예 제작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영화 '블랙 스완'과 여기 출연한 프랑스 배우 뱅상 카셀을 예로 들어보자. '블랙 스완'은 세계 전역에서 매출 3억3000만달러를 긁어 담았다. 카셀에게 돌아간 출연료는 30만달러다. 카셀이 출연한 프랑스 영화 '공공의 적 넘버 원(Mesrine)'은 세계 전역에서 매출 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카셀이 챙긴 출연료는 200만달러다.
"프랑스 배우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은 혈세 덕"이라는 발언은 마라발이 던진 것으로 무분별한 영화 지원을 꼬집은 말이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세금망명을 떠나는 명품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에게 "꺼져, 부자 머저리(Casse-toi riche con)"라고 욕했다. 드파르디외에게도 똑같이 욕하라. "꺼져, 부자 머저리야." 그리고 프랑스 영화의 옛 영화(榮華)를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과연 무분별한 지원뿐인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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