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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자베르 경감'의 판단 옳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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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한 조각을 훔치며 시작되는 기구한 운명을 조명한 영화,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뮤지컬 방식이라는 틀부터 달라 화제가 됐는데 개봉 8일 만에 국내에서만 200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인기의 이유는 여럿이겠다. 그중에서도 자베르 경감의 존재가 재미를 더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 과거에 나온 영화 속 자베르는 경찰로서의 일생을 장발장 체포에 쏟아붓는다. 정확히 계산되지는 않지만 장발장을 잡으려는 노력은 수십년에 걸쳐 집요하게 계속된다. 미행은 기본이며 마차로 쫓고, 총탄 세례 속에서도 장발장의 존재를 확인하려 하고, 하수도의 더러운 물을 헤친다.
그의 끈질김은 신념에 근거한다. 장발장이 범죄자이며 반드시 범죄자를 붙잡아 수감하는 것이 정의를 구현하는 길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그의 긴 인생 동안을 지배해온 믿음은 한순간에 꺾이고 만다. 실정법상 범죄자였으나 죄질이 나쁘지는 않고 신의가 있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된 것이다.

자베르처럼 믿음을 갖고 그에 근거해 행동을 하다가도 잘못됐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 허망한 결과를 낳게 된다. 뒤늦으면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작전주는 성공한다'는 헛된 믿음으로 투자를 감행한 이들 중 상당수가 몇 분의 1로 줄어든 자산으로 망연자실해 한다. '부동산 불패'라는 공식을 믿고 투자한 이들은 더욱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빚을 내 집을 산 시기가 공교롭게 금융위기 전후였던 이들은 기대와 달리 집값이 떨어지고 매물로 팔기 위해 내놓아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고통을 겪고 있다. 이른바 '하우스푸어'다.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적어도 19만명, 가족까지 합치면 60만명 넘게 이자부담에 생활고를 겪고 있다.

차기 대통령인 박근혜 당선인은 이들 하우스푸어를 살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선거 때 약속했다. 딱한 사정이어서가 아니다. 위기에 몰린 하우스푸어가 결국 빚을 갚지 못해 경매처분 당하고 거리로 나앉게 되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국내 금융시스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팔리지 않는 집의 지분을 공적 기관이 사들이고 집주인은 팔린 지분에 대한 이자를 다달이 내도록 한다는 구체적인 구상을 발표해 둔 상태다.
이 하우스푸어 구제방안은 논란을 부르고 있다. 개인이 잘못 투자한 것을 공공기관이 사들이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과연 옳으냐는 시각이 있다. 또 지원대상을 특정 소득계층으로 한정하거나 고급주택은 허용치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에 '차 떼고 포 떼면' 대체 몇 명이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는 볼멘소리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제 공식 발족하게 될 인수위는 찬찬히 그 방안의 적절성을 따질 것이다. 개개인들의 판단실수로 떠안은 부채를 어느 선까지 지원해 주느냐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차기 정부로서는 방법과 지원대상 등을 정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행히 금융권에서 과도한 대출의 책임을 일부 감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감정가격을 높게 잡아 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하우스푸어를 양산한 이유가 됐으니 재정투입 이전에 상환방법을 재조정해보자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짧은 경제성장의 역사 속에 집값 폭락 시나리오를 개인도, 금융기관도 모두 믿지 않았기에 상호 책임을 나눠 지겠다는 태도다. 자베르 경감이 종국에는 장발장을 풀어주면서 참담한 결과를 선택하는 것과 달리, 하우스푸어나 금융기관이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뱀띠 해를 맞은 새해 벽두, 뱀처럼 냉철하면서도 지혜롭게 사회의 고질적인 숙제를 해소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100%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s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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