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대상, 신흥국이 핵심됐다

작년 중국 동남아 등 신흥국 비중 늘어 73% 차지
對中 수출은 對美 2배 이상 앞질러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한국의 수출구조가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휘청거리는 사이 중국,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ㆍASEAN), 중남미 등이 세계경제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구조도 이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7일 지식경제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흥국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2.8%(3864억달러)로 10년 전인 2002년의 53.2%(865억달러)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이 기간에 선진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6.8%(760억달러)에서 27.2%(1442억달러)로 대폭 줄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대(對)중국 수출이 급격하고 증가하고 미국 수출액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점이다.

신흥국 가운데 대(對)중국 수출은 2002년 238억달러에서 지난해 1302억달러로 늘었고 비중은 14.6%에서 24.5%로 커졌다. 반면 미국 수출액은 급감했다. 지난해 대(對)미국 수출은 567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10.7%에 불과해 중국 수출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미 수출 비중은 10년 전만 해도 20.2%에 달했지만 2003년 17.8%로 줄어들며 중국(18.1%)과 역전됐다.

재정위기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수출 비중도 처음으로 한자릿수로 추락하며 비중이 줄어들었다. 한국의 대EU 수출 비중은 2002년 13.4%에서 2010년 11.5%, 2011년 10.0%로 줄어든 데 이어 작년에는 9.0%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아세안 수출 비중은 11.3%에서 14.4%로 늘었고 중남미는 5.5%에서 6.7%로 증가했다.

수입 구조도 수출 구조와 유사한 모습이다. 지난해 신흥국 수입액은 3172억달러로 전체 수입의 62.9%, 선진국은 1870억달러로 37.1%였다. 신흥국 수입 비중은 2002년 47.1%에서 작년 62.9%로 커졌고 선진국은 52.9%에서 37.1%로 작아졌다.

수출과 동일하게 중국 수입 비중은 늘고 미국 비중은 줄었다. 작년 중국 수입 비중은 11.4%에서 작년 15.6%로 늘었고 같은 기간 미국 비중은 15.1%에서 8.4%로 줄었다. EU는 11.2%에서 9.7%로, 일본은 19.6%에서 12.4%로 각각 줄었다. 우리나라가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가 몰려 있는 중동은 13.7%에서 24.4%로 커졌다.

세계경제의 무게 추도 신흥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신흥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44조1239억달러로 선진국(42조7125억달러)보다 1조4000억달러 많을 전망이다. 작년에는 신흥국이 41조
2445억달러, 선진국이 41조5176억달러로 선진국이 약간 앞선 것으로 추정됐다.

양측의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져 2017년 신흥국 59조7943억달러, 선진국 50조6111억달러로 약 10조달러 차이를 보일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박희찬 미래에셋 이코노미스트는 "25%에 달하는 대(對)중국 수출의 절반 정도는 가공무역으로 다시 미국과 유럽 등으로 재수출되기 때문에 여전히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수출 비중이 더 클 수 있다"면서도 "압도적인 격차는 아니지만 최소한 중국 시장이 미국 시장만큼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