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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스크린결산 ③] 대기업에 주도된 한국영화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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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스크린결산 ③] 대기업에 주도된 한국영화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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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범 기자]2012년 한국영화계는 명과 암이 극명하게 갈린 한 해다. 한국영화 역사 누적관객수 1억명(1억900만여명)을 돌파했다. 한국영화 관객점유율은 60%에 육박했고,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는 150편에 달한다.

전인미답의 고지로 불리는 1000만 영화가 두 편(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이나 나왔다. 하지만 영화인들은 1000만 영화보단 4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이른바 ‘흥행 기준점’을 넘어선 영화만 9편(도둑들, 광해 포함)이나 나온 것에 주목하고 있다.
‘댄싱퀸’(400만·1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468만·2월), ‘건축학개론’(410만·3월), ‘내 아내의 모든 것’(458만·5월), ‘연가시’(450만·7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490만·8월) 여기에 ‘도둑들’(7월 1298만)과 ‘광해’(1212만) 그리고 확장판까지 개봉해 흥행 중인 늑대소년(통합 702만) 등이다.

한 영화 제작자는 “1000만 영화 두 편의 등장이 큰 이슈를 낳고 있지만, 진짜 올해의 성과는 400만 이상의 흥행 영화가 무더기로 쏟아진 점이다”면서 “그만큼 한국영화 시장이 안정화 되고 있단 점이다. 투자 시장도 활성화 돼 진짜 ‘르네상스’가 도래할 것이다”고 말했다.

대선 및 사회 문제와 맞물린 화제작들도 대거 개봉돼 극장가 흥행 열풍을 주도했다. 올 초 개봉한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1월, 341만)은 초저예산 영화로선 이례적인 흥행 대박을 일궈냈다. 특히 몇 년 전 사회를 시끄럽게 한 ‘석궁테러 교수’ 사건을 재조명해 이슈화에 성공했다. 사건 자체도 다시 조명되며 주인공 ‘김 교수’의 대학 복직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대선과 연계돼 웹툰 작가 강풀 원작의 ‘26년’이 화제를 모았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일으킨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한 내용으로 대중들의 공분을 사며 인기를 끌었다. 고 김근태 의원의 자전적 수기를 스크린에 옮긴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1985’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뒤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충격을 줬다. 단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고문의 실상을 가감 없는 카메라 워킹으로 그리며 관객들에게 충격과 전율을 안겼다.

무엇보다 올해 최고의 화제를 꼽자면 단연코 충무로의 이단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사실이다. 이미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 경력을 가진 그는 이번 황금사자상 수상으로 한국영화의 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명’ 속에서 ‘암’의 얼굴도 너무 뚜렷한 한 해였다. 황금사자상 수상 직후 김 감독은 국내 기자회견에서 대기업 자본이 점령한 배급 시스템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일부 제작비가 크게 투입된 대기업 영화에 스크린을 몰아주는 관례를 지적한 것이다. 결국 그는 ‘피에타’를 상영 한 달 만에 자신 종료 시키며, 자신에게 온 스크린을 보다 작은 영화에 나눠 줄 것을 호소했다.

물론 그의 외침은 허공에 흩어졌다. 지난 10월 말 개봉한 민병훈 감독의 ‘터치’는 상영 일주일 만에 감독 스스로가 극장에서 영화를 끌어 내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당시 ‘터치’는 개봉 첫 날부터 서울에서 단 두 개관만 배정받았다. 그것도 조조 상영과 심야 상영으로 분류된 극단적인 교차상영 이었다.

민 감독은 “출발 자체부터가 틀렸다. 기회조차 공평하게 가질 수 없는 이 같은 시스템이 정말 문제가 없단 말인가”라며 현재의 배급 시스템을 지적했다. 민 감독은 국내 배급사들을 영화진흥위원회에 불공정행위로 신고했다. 물론 결론이 난다 해도 법적 효력이 없는 권고 사항이다.

이 같은 점은 일부 대기업들이 영화 자체의 연출권 침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명세 감독이 최근 감독에서 하차 후 이 같은 점을 들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대기업 기반의 국내 영화 시장 특성 상 사전적 의미의 배급 기준이 살아나가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기업들 자체는 투자 대비 수익률을 뽑아야 하는 이익 집단이다. 지금의 상황이 결코 문제가 될 수 없다고 항변한다. 영화인들도 알고 있다. 지난 달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최민식은 ‘터치’의 민병훈 감독을 거론하며 “제도적으로 모두가 상생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자”고 호소했다.

획기적인 시장 개혁을 원하는 게 아닌,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기회를 달라는 소리는 아닐까. 물론 심판은 관객의 몫이다. 그게 영화인들이 원하고 관객들이 원하는 것이다. 올해의 ‘명’을 이끌어 낸 대기업 투자 배급사들이 주목하고 귀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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