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공약이 '신뢰와 원칙'이라는 그의 이미지에 결정적 타격을 줄 것이란 생각은 기자만 하는 게 아니다. 박 당선인과 그의 참모들이 '약속의 비용'을 크게 얕잡아본 것 같기 때문이다.
특히 '선택진료비, 간병비, 상급병실료' 등 비급여 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들까지를 보장하겠단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만약 그렇다면 1조 5000억원으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다. 박 당선인이 차후 "법정 비급여만 보장하겠다는 뜻이었다"고 둘러대면 "100%가 아니지 않나"는 비난이 뻔하다. 그래서 모두 부담하려 치면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낼 판이다. 또 수시로 보급되는 최신 시술법, 신약 등은 어디까지 포함시킬지도 논란거리다.
큰 돈을 쏟아 전체 '보장률'을 높일 것인가 아니면 급한 항목(혹은 사람)만 골라 해결할 것인가라는 보편과 선택 개념에서 보면, 박 당선인의 방향은 다분히 후자다. 그래서 수십개 질환도 아닌 단 '4가지'를 뽑았을 테다. 그러나 이 방법은 '선택'의 장점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건강보험료 인상의 주범이 돼 국민적 반감만 살 가능성이 높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추계에 따르면 재난적 의료비에 직면한 가구 비율을 OECD 평균까지 내리는 데 3조원 정도가 든다. 4대 중증질환을 소득과 관계없이 100% 보장할 돈이면 이들 모두를 살리고도 남는다. 방향을 틀자면 약속을 깨는 꼴이지만 '병원비 때문에 파산하는 사람만은 없게 하자'는 원칙만 지켜진다면 신뢰는 깨지지 않을 수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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