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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의료비부담 제로, 지킬 수 있는 약속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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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약속은 꼭 지키는 정치인'이라 자평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보건의료 핵심 공약은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이다. 이 약속이 '제대로만' 지켜진다면 암ㆍ심혈관ㆍ뇌혈관ㆍ희귀난치성질환에 걸려도 최소한 의료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왜 하필 4가지뿐이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한국인 사망원인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들이니 나름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 공약이 '신뢰와 원칙'이라는 그의 이미지에 결정적 타격을 줄 것이란 생각은 기자만 하는 게 아니다. 박 당선인과 그의 참모들이 '약속의 비용'을 크게 얕잡아본 것 같기 때문이다.
공약집을 보면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은 '지금까지 왜 안 했나' 싶을 정도로 간단해 보인다. 비용도 1년에 1조 5000억원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재정소요에 대해선 'TV토론'에서 논란이 됐듯 해석하는 사람마다 편차가 매우 크다. '비급여' 항목 중 상당부분이 국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까닭이다.

특히 '선택진료비, 간병비, 상급병실료' 등 비급여 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들까지를 보장하겠단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만약 그렇다면 1조 5000억원으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다. 박 당선인이 차후 "법정 비급여만 보장하겠다는 뜻이었다"고 둘러대면 "100%가 아니지 않나"는 비난이 뻔하다. 그래서 모두 부담하려 치면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낼 판이다. 또 수시로 보급되는 최신 시술법, 신약 등은 어디까지 포함시킬지도 논란거리다.

큰 돈을 쏟아 전체 '보장률'을 높일 것인가 아니면 급한 항목(혹은 사람)만 골라 해결할 것인가라는 보편과 선택 개념에서 보면, 박 당선인의 방향은 다분히 후자다. 그래서 수십개 질환도 아닌 단 '4가지'를 뽑았을 테다. 그러나 이 방법은 '선택'의 장점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건강보험료 인상의 주범이 돼 국민적 반감만 살 가능성이 높다.
"큰 비용이 드는 흔한 병부터 보장해 생계 파탄을 막겠다"는 게 박 당선인의 애초 취지였다면 시각을 '재난적 의료비'로 돌리는 편이 낫다. 어떤 질병 때문이든 가처분소득의 40%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하는 가구는 3%에 달한다. OECD 평균은 0.5%이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추계에 따르면 재난적 의료비에 직면한 가구 비율을 OECD 평균까지 내리는 데 3조원 정도가 든다. 4대 중증질환을 소득과 관계없이 100% 보장할 돈이면 이들 모두를 살리고도 남는다. 방향을 틀자면 약속을 깨는 꼴이지만 '병원비 때문에 파산하는 사람만은 없게 하자'는 원칙만 지켜진다면 신뢰는 깨지지 않을 수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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