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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박찬호 "나는 참 운이 좋은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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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박찬호 "나는 참 운이 좋은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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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박찬호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정든 마운드와의 이별. 그곳에서 겪은 희로애락은 이제 역사가 됐다. ‘코리안 특급’은 야구인생의 2막을 준비한다.

박찬호는 30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 홀에서 현역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19년 프로인생을 정리하는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13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든 자리에서 박찬호는 은퇴 배경과 거취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나간 영광의 순간들도 하나씩 떠올렸다. 열거를 거듭할수록 눈시울은 불거져갔다. 끝내 이어진 눈물. 미소를 잃진 않았다. 박찬호는 축하를 받고 싶어 했다. 박수를 받으며 멋지게 프로생활을 매듭지으려 했다. 그래서 진심을 이야기했다. 사전준비 없이 빈손으로 자리를 찾았고, 떠오르는 대로 은퇴사를 채워나갔다.
다음은 은퇴사 전문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관심이 많다는 걸 또 한 번 실감한다. 긴 시간 많이 고민했다. 은퇴를 결심하기까지 어려웠다. 아쉽고 그리울 것 같더라. 무엇보다 감사했다. 끝난다는 말을 드리는 것보다 다시 새로운 걸 시작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약속과 도전, 꿈을 위해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하룻밤 사이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특히 한 시즌을 같이 보낸 후배들의 메시지는 마음을 무척 무겁게 했다. 그들에게 미안하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친구들에게까지 연락이 왔는데 몰랐던 관심을 느낄 수 있어 고마웠다. 미국에서 돌아온 뒤 한화 구단 단장과 사장을 만났는데, 많은 애정을 표현해주셨다. 그 뒤로 며칠 동안 심각하게 고민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돼 마음이 무겁다.
앞에 놓여있는 유니폼을 보니 옛 생각이 난다. 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했을 때, 프로와 대학 갈림길에 섰을 때, 대학 진학을 결정했을 때, 미국과 한국 사이 갈림길에 놓였을 때, 미국에 진출해 LA 다저스에서 좋은 성적을 냈을 때, 뉴욕 양키스에서 방출당하고 은퇴를 고민했을 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손을 내밀어줘 통산 124승을 거뒀을 때 등이다.

오래 전부터 소망해왔던 한국 진출을 이뤘을 때도 생각난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1년 전 이때 입단식을 한 장면, 한국무대 첫 등판해서 공을 던지던 모습. 그 느낌은 다저스에서 첫 등판할 때보다 더 새롭고 의미가 깊었다. 유니폼을 보면 사연 많은 기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늘 한결 같은 부모님과 아내, 아이들, 내가 힘들 때도 변함없이 외면하지 않은 팬들이 있어서 행복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참 운이 좋은 녀석이다. 시골에서 태어나 멋도 모르고 야구를 시작했다. 야구가 재미있고 또 친구보다 선배보다 잘해보겠다는 생각에 노력해 우승을 이뤘다. 그러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고, 메이저리그에서 긴 시간을 몸담게 됐다.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다. 한국 야구 역사에서 나 만큼 운 좋은 사람이 또 있을까 생각해본다.

밤새 많은 생각을 했다. 무슨 얘기를 할지 준비를 많이 했고 옛날 기억들도 떠올렸다. 그렇게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는데 막상 이 자리에 서니 말문이 팍팍 막힌다. 감사했던 분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한국 야구에 진출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한화 이글스와 다른 구단 사장,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어려웠던 한 해 동안 함께 해주고 의지해준 후배들에게도 고맙다.

꿋꿋이 어려운 팀을 이끌어간 한대화 감독에게도 감사드린다. 늘 나를 배려해주고 이끌어주셨다. 내가 기댈 수 있던 동기 정민철 코치에게도 고맙다. 목표를 갖고 한국야구에 진출했었다. 한국야구를 위해서, 한국 선수들과 교류하기 위해서,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 앞으로도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것이 보답이라고 생각했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 아래 이런 결정을 내리게 돼서 죄송스럽다. 이제 공을 던지진 않지만, 한국야구와 한화 선수들과의 교류는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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