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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세금은 귀한 줄 모르는 정치권의 억지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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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자정이 넘어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좋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간부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수 조원의 나랏돈이 들어갈 법안이 무더기 통과될 참이니 예의 따질 때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과장급 이상엔 총동원령을 내렸다. 그는 국회를 경험해본 '선수'들에게 "상임위나 법사위에 적극 참여해 무리한 법이 통과되지 않도록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회의는 재정부가 세종시로 가기 전 과천에서 여는 마지막 간부회의였다. 30년 과천시대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간부회의에서 박 장관은 수성(守城)을 명했다. 정치인 출신이라지만 한 때 그도 재정부 식구, 박 장관에겐 상투적인 감회나마 나눌 여유가 없어 보였다.
줄줄이 대기한 '세금먹는 하마법'을 보면 사정은 급하다. 대표적인 게 '도청이전법'이다. 강창희 국회의장과 홍문표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6명이 공동발의한 도청이전법은 경북·충남 도청 이전에 들어가는 비용과 구청사 재개발에 들어갈 돈까지 나랏돈으로 대라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도청이전법은 신청사를 지을 때 건축비 일부만 국고로 보조할 수 있게 돼있다. 법리에도 맞지 않고 지원 근거도 없는 억지법이지만 여야 의원 94명이 찬성했다.

전국 30만명의 택시기사표를 노린 '택시법'은 버스 업계 총파업으로 번질 태세다. 이병석 국회부의장(새누리당)과 박기춘·노웅래 의원(민주통합당) 등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택시를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택시도 버스전용차로로 다닐 수 있다. 국고 지원도 받는다. 택시법은 택시요금을 올려달라는 업계와 물가가 높다는 국민들 사이에서 정치권이 표를 잃지 않으면서 인심쓰는 묘책이다.

7조원이 들어갈 '새만금법'에도 여야 의원 172명은 찬성표를 던졌다. 새만금 개발청을 만들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자는 내용인데 설치로 얻을 실익은 장담하는 사람이 없다. 정치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정치권에서 세금 귀한 줄 모르는 구태는 여전하다. 세금은 대통령을 뽑는 국민들에게서 나온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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