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영화관, 시사회 등에 팬클럽 쌀화환 이어져..새로운 기부문화 형성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왠 쌀 포대가 세종문화회관 앞에 쌓여있지?"
지나가던 행인들이 어리둥절해하며 쳐다본다. 차곡차곡 쌓아놓은 쌀 포대가 공연장 입구를 꽉 채우고 있고, 그 위에는 댄스그룹 '비스트'의 멤버 장현승의 사진이 걸려있다. 지난 7월 세종문화회관의 풍경이다. 당시 팬들이 뮤지컬 '모차르트'를 공연하고 있는 그를 응원하기 위해 '쌀' 화환을 보낸 것이다. '항상 너는 우리의 자부심', '유일한 모차르트 화이팅' 등 쌀 포대 위에는 다양한 문구도 적혀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으로 쌀 화환을 보내는 게 최근 들어 급격히 활성화됐다. 특히 아이돌이 출연하는 공연에는 100% 쌀 화환이 등장한다. '우리 오빠 이름으로 좋은 일 할 수 있다'는 뿌듯함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간혹 팬들 사이에서 어떤 스타의 팬이 쌀을 많이 보냈냐로 경쟁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쌀 화환'이 처음 시작된 것은 2007년 5월 그룹 '신화' 멤버인 '신혜성'의 콘서트때 부터다. 당시 해외팬들이 꽃이나 선물 대신 '쌀'을 보낸 것이 시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다음 해 '슈퍼주니어'의 콘서트에서도 '쌀' 보내기가 유행처럼 이어져 최근 2~3년 사이에는 하나의 문화로 정착됐다. 특히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쌀을 보내고 받은 것이 실시간으로 인증되면서 더 확산됐다.
쌀화환 전문배송업체 '드리미'의 노승민 대표는 "팬들은 스타가 좋은 일을 하는데 동참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또 쌀 화환으로 팬덤도 더 활성화되고, 쌀 농가도 도울 수 있으니 1석3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매출의 60%는 스타들의 행사가 차지한다. 받은 쌀은 본인이 가져도 되지만 거의 90% 이상이 후원을 한다. 우리는 스타가 원하는 단체나 지자체, 기관 등에 쌀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류열풍이 퍼지면서 현장에 직접 오지 못하는 해외팬들의 이용이 늘었다. 주로 일본, 중국 팬들이 대부분이고 최근에는 대만, 홍콩, 유럽 등에서도 쌀 화환을 찾는 팬들이 있다. 쌀 화환은 보통 20kg·10만원을 기본으로 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도 JYJ의 일본팬들이 이날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김준수를 위해 쌀 화환 200kg를 보내기도 했다.
가수 인피니트의 한 팬은 "내가 보낸 쌀을 가수가 좋은 곳에 기부했다는 기사를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인피니트도 올해 들어서만 콘서트를 통해 기부받은 총 12톤 가량의 쌀화환을 홀트아동복지회와 한사랑장애영아원 등 각종 단체에 기부해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쌀 화환' 대신 '연탄 화환', '라면 화환', '학용품 화환' 등 다양한 물품도 등장했다. 노승민 드리미 대표는 "보육원 등에서 라면이 인기가 좋고 수요도 많아 최근에는 '라면 화환'을 찾는 팬들도 많다. 팬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주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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