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음료 업체 펩시콜라의 회장을 지냈던 로저 엔리코의 말이다. 펩시콜라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수도 없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야 했던 최고경영자(CEO)였던 그가 ‘결정 유보’를 ‘잘못된 결정’보다 악(惡)으로 쳤다. 타이밍을 놓칠 경우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무위(無爲)가 오판보다 더 나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당초 이날 이사회에선 롯데관광개발이 잠정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용산역세권개발(AMC) 지분(45.1%)의 코레일 인수건이 상정될 예정이었다. 코레일은 45.%의 지분을 인수할 경우 AMC의 경영권을 갖고 사업 방식과 서부이촌동의 보상 문제 등 실무 전반을 자사의 의도대로 끌고 갈 생각이다. 반면 롯데관광은 AMC 경영권에서 손을 떼고 드림허브 주주사로서의 역할에 머무르게 된다.
4명의 이사는 이사회 불참을 통해 결과적으로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한 결정을 유보시켰다. AMC의 경영권과 그에 따른 각종 이권을 둘러싼 드림허브 대주주간의 갈등이 이사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야 서부이촌동 보상과 잇따른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기로의 순간에서 이들은 ‘무위’를 택했다.
문제는 합의를 통한 양자 갈등의 극적 타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데 있다. 양측이 이미 AMC 경영권을 둘러싼 치킨게임임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사회 결정 유보는 파국에 한발짝 더 다가서는 셈이다.
당장 드림허브는 12월16일까지 금융권 이자를 갚지 못할 경우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다. 이 상태로 내년 4월이 지나면 사업지정고시 3년 시한이 지나게 돼 각종 인·허가 업무를 원점으로 되돌리게 된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수용 대상인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 로저 엔리코의 시각에서 보면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떤 결정이든 내려야 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원래 이사회란 게 중요한 경영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조직이 아니던가. 상식적이고 논리적인 범주안에서 판단한다면 이사회 멤버들이 서로 자사의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해도 그 표심의 총합은 결국 드림허브의 이익과 부합하게 될 것이다. 이사회가 조속히 열리고 어떤 식으로든 유보했던 결정이 내려져야 할 때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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