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軍을 비난하기 전에 해야할 일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 1일 국군의 날을 맞아 해군 평택 2함대를 직접 찾았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천안함 사건은 생각지도 못한 방식 아니었느냐. 북한은 성동격서(聲東擊西)식 도발을 할 수가 있다”며 경계태세 강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최전방은 뚫렸다. 북한군 병사 1명은 육군 22사단 철책 경계를 넘어 우리 장병들의 생활관까지 접근해 귀순했다. 일명 '노크귀순'이다.
군이 외치는 경계태세 강화는 말뿐이었을까? 이번 사건을 두고 합동참모본부의 지휘통제실도 지적을 받았다. 천안함사건을 겪었음에도 변한게 없기 때문이다. 천안함 당시 합참 지휘통제실은 사건발생 후 합참의장에게 49분, 국방장관에게 52분 뒤에야 보고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합참은 지통실 편제를 당직근무제에서 대령급을 팀장으로 구성해 전문요원 4개팀을 배치했다. 인원도 기존 20여명에서 30여명으로 늘렸다.
이런 대책에도 합참 지휘통제실 상황장교는 북한군 귀순자의 신병이 3일 오전 10시 중앙합동신문조로 넘어갔으니 상황이 종료됐다고 판단, 바뀐 보고 자료를 열람하지 않았고 윗선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합참의장은 귀순사건 발생이후 8일간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지 못했다.
지적된 사항만 봐도 군은 국민 앞에 할말이 없다. 어떤 설명도 국민들을 이해시키기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만이 비난의 대상이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군은 2006년부터 병력감축 등을 이유로 5사단(중부전선)에서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시범 운용하고 추진해왔다. 22사단의 경우 1개 GOP가 맡는 철책 길이는 1km 이상으로 소초원 40명이 24시간 모두 경계해야 한다. 배치된 장병들로는 한계가 있어 첨단장비로 경계근무 공백을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계속 지연돼왔다. 정치인들이 "국방예산이 많다"며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선후보들은 장병들의 군복무 단축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병사들의 군복무를 현재의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하겠다고 나섰다. 병력도 2020년까지 50만명으로 축소하고 남북 간 군사적 합의도 전면적으로 실천해 평화로운 안보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장병이 없어 전방에 공백이 눈에 보이는데도 현역 입영을 피하려는 일부 젊은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한다.
박근혜, 안철수 후보도 이 같은 국방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박 후보와 안 후보는 남북관계가 달라진 것도 별로 없는데 김정은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선순환을 이루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요즈음은 정치인들이 해야할 일 중 하나인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이번 국감에서는 비난만 하는 감사장이 아닌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내고 해결책을 유도하는 국감장을 만들어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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