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옷은 할인 안 되십니다(×) 이 옷은 할인 안됩니다(0)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썸남이 카톡프사를 바꿨는데, 오나전 괜춘하더라."(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남자가 카카오톡 프로필사진을 바꿨는데, 완전 괜찮더라)


한글 탄생 566주년의 현주소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외래어, 비속어가 난무해 사회적 소통에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문법에 맞지 않는 높임법과 줄임말도 한글 파괴의 주범이다. 최근엔 한글이 찬밥 신세다. 잘못 쓰고, 비틀어 쓰는 사례가 허다하다.

자주 나타나는 사례가 '과도한 높임법'이다. 사람이 아닌 사물을 잘못 높여서 부르는 말로, 사물에게 존칭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시'를 붙인다. 예를 들어 커피점에 갔을 때 "아메리카노 한 잔 나오셨습니다"라든가 쇼핑을 하러 가서 "이 옷은 20% 할인되십니다"라고 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사물존칭은 흔히 '백화점 존칭'이라고 불리는데, 서비스업계에서 시작됐다.


직장인 이민주(32)씨는 "얼만 전에도 피부과에 전화해서 예약 날짜를 바꿨더니 직원이 '원하시는 대로 약속이 바뀌셨습니다'라고 했다"며 "처음에는 들을 때마다 어색했는데 자꾸 들으니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에서는 "높임말은 사람이 대상이 되어야 하며 엉뚱한 대상을 높이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이나 젊은층들이 즐겨 쓰는 줄임말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주요 단어의 앞글자를 따서 한 단어로 부르기 쉽게 줄여놓은 말은 처음 듣는 사람에겐 생소할 수밖에 없다. '생파(생일파티)',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버카충(버스카드 충전)', '카톡프사(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등은 이제 젊은층들에게 일상어가 됐다. '멘붕(멘탈붕괴)', '썸남ㆍ썸녀(관심있는 남ㆍ여)' 등 외래어와 우리말을 섞어서 만든 신조어도 흔히 쓴다.


지난해 국립국어원이 조사한 '청소년 언어실태 전국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의 97%, 중고등학생의 100%가 은어나 유행어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 2학년 교사 신해영(31)씨는 "학생들이 4자 이상 넘어가면 무조건 줄여서 쓰는 경향이 있는데,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기도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 이밖에도 '빡친다', '쩐다'는 비속어도 많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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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맞춤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휴대폰, 인터넷 등을 통한 통신어 사용이 늘면서 '조아요', '시러' 등 소리나는 대로 맞춤법을 그대로 쓰는 사례가 빈번해진 것이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KBS 수목드라마 '착한남자'는 원래 제목을 '차칸남자'로 내세웠지만 반대여론에 부딪혀 제목을 바꾼 일도 있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 연구관은 "줄임말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특정 세대의 줄임말이 은어처럼 쓰여 다른 세대와의 소통을 막는 게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글을 올바르게 사용하게 위해서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개개인 스스로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아닌 독서나 토론을 통해서 언어감각 등의 함량을 키워야 할 것"이라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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