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권분쟁은 특정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 5년간 우리기업의 특허분쟁 상대기업들 국적은 미국, 일본, 독일 순이다. 이 중 미국기업과의 분쟁이 63.9%를 차지하고 있어 아직은 미국이 분쟁의 주된 나라다. 특히 주의해서 살펴볼 건 중국의 부상이다. 지난해는 중국의 특허출원건수가 약 53만건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떠올랐다. 중국의 무역 및 산업구조가 우리와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기업의 지재권분쟁의 주 대상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많다.
분쟁주체도 달라졌다. 공격적으로 소송을 내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s, Non-Practicing Entities)가 느는 추세다. NPEs는 특허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만들지 않는 대신 이 특허들을 사고팔거나 라이센스계약을 통한 로열티 등으로 수입을 올리는 기업들을 말한다. 최근 애플이 자회사로 NPEs인 록스타비스코를 세웠고, 노키아ㆍ엘피다 등 몰락한 정보통신(IT)기업들도 로열티수입을 목적으로 한 새 수입창출모델로서 NPEs를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하니 이들에 의한 지재권분쟁은 더 늘 전망이다. 지재권분쟁이 대기업에 한정돼 있지도 않다. 알려진 분쟁들은 대부분 대기업이지만 중소기업이라고 지재권분쟁의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기업의 국제지재권분쟁 경험비율이 1.8%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의 수출 중소기업 중 1460여개가 잠재적 분쟁대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평균 300만 달러에 이르는 미국에서의 특허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문제는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또 주목해야할 것은 이런 지재권분쟁의 증가가 단순히 기업 간의 문제만은 아니란 점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후 자유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관세, 수입할당제 등 전통적인 무역장벽을 통한 규제는 어렵게 됐다.
임다정 국립축산과학원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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