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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님 옆집요? 어휴, 포기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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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부터 세종시 이전 시작.. 공무원들 내집마련 사연(2)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세종시에 아파트를 구한 공무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익명성이 보장돼야 편하게 생활을 할 수 있는데, 이제는 서로 훤히 아는 처지의 공무원 이웃들과 마주하며 살아가야 해서다.

세종시 첫마을 중대형 주택을 당첨받아 입주한 공무원들은 밤에도, 낮에도 편한 옷을 입고 맘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됐다며 푸념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행동을 할 때도 최대한 예의를 갖춰야 하고 실내에선 아이들도 마음대로 떠들지 못하게 생겼다는 얘기도 적잖다.
그래서인지 세종시 첫마을 중대형 주택에 입주하게 된 한 사무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펜트하우스라 옆집에 누가 사는지만 신경쓰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엘리베이터 안에서 상사를 만나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와 같은 생각을 지닌 사무관들은 의외로 많다. 우스갯 소리로 인터폰으로 사무지시를 내릴 수도 있다는 '괴담' 수준의 이야기가 떠돈다고도 귀띔했다.

그나마 내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 공무원들은 나은 편이다. 어색한 동거에 못이겨 입주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 서울에 가족을 두고 혼자서만 세종시로 이주하려는 공무원들에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임대주택은 동앗줄이나 마찬가지. 보증금 약 2000만원에 월 임대료 10만원 내외만 부담하면 된다. 주변 원룸보다 훨씬 저렴하고 편리한 거주를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임대주택에 상하위 직급이 함께 모여산다고 가정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실제 기획재정부가 혼자 내려갈 직원을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신청받았으며 치열한 경쟁 속에 지난주 추첨방식으로 입주자가 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은 19가구이며 이곳에 55명이 함께 사는 것으로 계획됐다. 임대주택 거주 신청에는 차관보(1급)도 포함됐고 2~4급 등 국ㆍ과장급 간부도 많았다. 그런데 추첨에서 당첨된 1급 공무원은 결국 당첨을 포기했다. 방 배정이 끝나지 않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함께 지낼 경우 입주를 포기하겠다는 얘기들이 나돌아서였다고 전해진다.
재정부의 한 공무원은 "하루종일 업무 때문에 시달리는데 퇴근해서까지 상사와 대면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압박감을 주게 된다"며 "임대주택을 공동 거주토록 할 때 부처별 또는 직급별로 나누는 스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대의 관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혜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래저래 공무원들의 세종시 이전을 위한 '앓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임대주택 추첨에서도 떨어져 이런 '사치스런 고민'조차 할 수 없는 공무원들을 위해 재정부는 대전에 소재한 공무원연금공단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소속 공무원들의 신청을 받아 미분양된 임대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LH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국토해양부에 공공임대주택 122가구, 355실을 배정했고 농식품부에는 64가구, 186실을 나눠주는 등 세종시 정착 지원에 나섰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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