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중앙지검청사를 찾은 박향헌(49·미국명 Ann H. Park)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방검찰청 검사는 최근 발생한 ‘나주 초등생 성폭행사건’을 미국에서 처벌할 경우 중형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박 검사는 성범죄를 무겁게 처벌하고 피해자 보호를 중시하는 미국의 사법 시스템을 소개했다.
박 검사는 이어 “미국에선 성범죄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직접 물질적·정신적 피해 보상을 받을 권리를 인정해 가해자가 형을 받게 되면 피해보상을 법으로 정해준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따로 가해자와 합의를 보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경제적 구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 검사는 또 미국의 경우 가해자는 출소 이후에도 보호관찰 및 전자발찌 착용은 물론 지내는 곳과 직업 등을 경찰에 평생 등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검사가 꼽는 성범죄 예방의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은 피해자·주변인의 ‘신고’다. 박 검사는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수사기관에 제보해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성범죄를 접한 교사, 의사 등은 직접 경찰에 신고해 기록을 남기도록 하고 있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박 검사는 1980년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UC버클리에서 심리학과 여성학을 전공하고 1991년 법조계에 발을 들였다. 박 검사는 LA카운티 지방검찰청에서 19년간 검사생활을 하며 그 중 반 이상을 아동·청소년 사건을 다뤄 온 성범죄 전문가다.
박 검사의 이번 방한은 지난달 여수에서 열린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참석 차 이뤄졌으며, 이날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 안미영 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등과 면담했다. 박 검사는 내년부터 한국계 검사 100명이 가입한 한인검사협회 회장으로 일할 예정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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