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위원장은 이날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자신의 고향임을 강조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비박 주자들은 박 전 위원장을 향한 TK 지역의 압도적 지지를 의식한 듯 공세의 수위를 낮추며 동정표를 호소하는데 집중했다.
그는 지역 발전 전략에 대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언급하면서 "모든 지역이 각자의 스타일을 찾아야 할 때"라며 "대구는 대구스타일, 구미는 구미스타일, 안동은 안동스타일로 각자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대구·경북 지역 공약에 대해 "각 지역의 성장 동력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내야 한다"고 역설한 뒤 ▲첨단의료복합단지 건설 ▲K2공군기지 이전 ▲경북도청 이전을 통한 지역발전 전략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 사업 ▲3대 문화권 관광 사업 등을 제시했다.
때문에 비박 주자들도 수위조절에 나섰다. 가장 먼저 연설에 나선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쿠데타를 했다 하고 헌법을 중지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공과 과를 명확하게 판단하고, 또 공을 이어가야 한다"며 "40여년 전 세계 경제의 반열에 대한민국을 올려놓은 박 전 대통령을 위해 박수 보내자"고 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안 전 시장은 박 전 위원장을 향한 지지를 의식한 듯 "여러분도 다 찍을 사람 있을 것"이라면서 "근데 그렇게 되면 본선이 힘들어지니 가계부채를 끝장낼 안상수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여기 와서 보니까 누구를 뽑을지 대충 알 것 같다"면서 "영남 대통령이나 호남대통령으로 규정하지 말고 우리 모두의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는 우리가 승리했지만 당시 얻은 표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이 여러 분석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수도권과 젊은층의 표를 갖고 올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가수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 노래로 시작한 김태호 의원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누리당에 큰 믿음을 준 게 바로 대구경북"이라며 "새누리당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라고 지역민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김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대세론에 대해 "과거 새누리당은 이회창 대세론을 믿고 있다가 두 번이나 아픔을 겪었다"며 "누가 절실함을 갖고 있느냐가 승리의 기준"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특정후보의 연설이 끝나니까 다 빠져나갔다"며 "새누리당이 지금 한 배를 타고 있나 의심이 간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 김문수 경기지사가 9일 합동연설회에 앞서 당원들에게 인사를 다니다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신원미상의 남성으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모습(사진제공=김문수캠프)
원본보기 아이콘'박근혜 공격수'를 자임해왔던 김문수 지사도 TK 지역에서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김 지사는 "박 전 위원장에게 박수 많이 치시던데 저한테도 좀 쳐 달라"며 박수를 유도한 뒤 "박 전 위원장이 올 초 비대위원장을 맡아 참 잘 하셨다"고 칭찬을 보냈다. 이어 "박 전 위원장이 청와대에 가기 전에 모든 측근 비리와 정수장학회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고 수위를 조절했다.
김 지사는 자유주제 발표 시간에 박 전 위원장과의 인생을 대비시킨 동영상을 상영하자 관람석 곳곳에서 욕설과 야유를 받았다. 앞서 김 지사는 합동연설회 전 당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한 50대 남성에게 멱살을 붙잡혔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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