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내야 진정한 승자"···포트폴리오 바꾸고 또 바꾸고
최근 증시가 유럽발 이슈로 냉온탕을 오가면서 펀드매니저들이 시장 대응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매니저별로 대처법도 각양각색이지만 최근과 같은 급등락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을 내야 진정한 '승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도 한 몫하면서 포트폴리오 재구축에 분주한 모습이다.
신 모 매니저는 지난주 점심을 먹은 후 분위기가 180도 급반전한 장세에 당황했다. 장 초반 1800선에 머물며 지지부진했던 지수가 예상치 못했던 유럽합의에 급반등하자 매수 유혹을 강하게 느낀 것. 그는 숨을 크게 쉬고 서랍에서 한달 전에 작성한 운용보고서를 꺼내들었다. "지금의 나는 시장에 노출돼 감정에 휘둘리기 쉽지만 한달 전에 작성한 6월 시장 전망은 감정을 배제한 나의 판단이 들어있다"며 "5월 말 지수가 1843포인트고, 결과적으로 위아래로 50포인트 움직이다 제자리를 찾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과거 작성한 미래 전망 보고서를 다시 읽는 것은 변동장세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옳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그만의 방법'인 셈이다.
6월 마지막주 매수 포지션을 유지했던 B자문사 김 모 매니저는 고민을 털어놨다. "최근 아침에 일어나면 계속 불안했다"는 그는 "싼 주식을 매수에 나서긴 했는데 확신이 안서니 과연 잘산 것일까라는 물음이 계속됐는데 지난주 반등하면서 1800이라는 지수가 쉽게 깨지지 않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 시장은 괜찮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감을 더욱 실었다. 미국과 중국 지표가 부진했지만 오히려 지표의 악화가 정책당국자에게 경기부양에 대한 압박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펀드매니저들은 시장의 출렁임 속에서도 바닥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졌다는 데 입을 모았다. 투자자문업계의 한 매니저는 "유럽합의로 지수가 반등했을 때 특이사항은 모든 종목이 전반적으로 고루 올랐다는 점"이라며 "싸다는 인식에 매수를 해도 매도세가 강하면 오름폭이 크지 않은데, 지난주말 굉장히 가볍게 지수가 반등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는 장이 그만큼 가벼워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상승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다만, 지난달 자산운용사들은 주식비중을 소폭 줄여 하락장에 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인덱스펀드를 제외한 액티브펀드 순자산 총액 300억원 이상인 37개 운용사의 주식편입비중은 94.2%로 5월 말보다 1.2%포인트 줄었다. 상당수 매니저들은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하며 끝났으나 글로벌 경기둔화와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는 점에서 단기랠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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