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남부에 위치한 플로리다 주는 에어컨 없이 살 수 없는 더운 지역이다. 섭씨 20도 정도의 12월부터 2월까지를 제외하면 내내 30도 안팎의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습도 역시 타 지역에 비해 높아 지역 주민들은 항상 에어컨을 틀어놓고 지낸다. 정전이라도 벌어진다면 사람들은 더위에 지쳐 업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실내도 온통 곰팡이로 뒤덮일 게 뻔하다.
이 같은 이유로 플로리다 주에서는 많은 에어컨 전문 수리업체가 성행한다. 업체가 많다보니 매출 확대를 위해 업체들이 광고에 열을 올리는 건 당연하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신문,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 앞 다퉈 광고를 개제한다. 이 때문에 에어컨과 관련한 광고 카피는 이곳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플로리다 주에서 더위로 가장 소문난 지역은 단연 마이애미다. 플로리다 주 가장 남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고층빌딩과 자동차들이 주 내 다른 도시보다 훨씬 더 덥게 느껴진다. 에어컨 전문 수리 업체들의 본사가 대부분 마이애미에 몰려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이들의 매출 대다수를 차지하는 지역 또한 마이애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마이애미는 에어컨 고장 여부에 관계없이 노출이 일상적인 지역이다. 더구나 대서양을 바라보는 동쪽 해안으로 끝없이 이어진 비치로 인해 노출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다. 특히 마이애미 중심에 위치한 마이애미비치에는 누드 일광욕을 즐기는 이들도 매일 북새통을 이룬다. 이 때문인지 마이애미비치 인근에는 벽면이 뚫려 건물 안이 훤히 보이는 고층의 누드 주차 빌딩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번 히트의 창단 두 번째 우승으로 마이애미 내 농구 인기는 당분간 메이저리그(MLB), 프로미식축구(NFL)를 앞지를 전망이다. 메이저리그 팀인 마이애미 말린스는 올해 개폐식 돔을 개장하며 인기몰이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우승후보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NFL의 마이애미 돌핀스도 형편은 크게 다르지 않다. 1973년 슈퍼볼 우승 이후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반면 히트는 지난 6년 동안 우승트로피를 두 번이나 들어 올리며 최고 인기 구단으로 우뚝 섰다. 선수단에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 등 빅 스타들이 즐비하다는 점도 이를 부추긴다. 사실 이 같은 인기는 제임스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마이애미로 이적한 순간부터 시작됐다고 보아야 옳다. 언제부턴가 히트 구단과 관련된 상품들은 마이애미 내 스포츠용품 몰에 가장 많이 구비돼 있다. 한 선수의 영입만으로 마이애미 내 넘버원 팀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마이애미 지역 신문들은 벌써부터 히트의 연패 달성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그 핵심 근거는 모두 제임스로 모아진다. 첫 우승 반지를 끼며 자신감을 회복해 더욱 활발한 플레이가 가능할 것이라 예상한다. 정작 제임스를 포함한 빅3는 내년 시즌 전망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선 벌써부터 히트를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고 있고 지역 팬들의 연패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더위를 참지 못하는 마이애미는 지금 히트 사랑에 푹 빠져 있다.
이종률 전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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