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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 프리즘]일본에 잠식당하는 인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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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 소장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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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오정(45세면 정년퇴직)'이라는 요즘 세태에 한국에서 쉰이 넘은 사람이 그럴듯한 직장에 취직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러나 지인 중 50대 중반의 나이에 '하늘의 별을 딴' 사람이 있다. 그는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에 다니다 40대 초반에 퇴직했다. 이후 관련 사업체를 차려 운영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건설업 침체로 고전했다. 그런데 뜻밖에 올 초 일본 최대 건설회사가 인도에서 근무할 전문 인력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이에 지원했다.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지원자가 몰려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 일본 회사는 유명 한국 건설회사 경력에다 장기간의 해외근무 경험을 가진 그를 선발했다. 국내에서는 나이가 취업에 최대 걸림돌이지만 일본 기업은 오히려 그의 풍부한 경험과 경륜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 당연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예외이지만.
일본 회사가 인도에서 근무할 인원을 국제 공모로 뽑은 이유가 흥미로웠다. 그 회사는 현재 인도 전역에서 많은 공장(혹은 사옥)을 짓는 중이다. 그 대부분이 최근 인도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일본 기업들의 것이다. 공장을 지어 달라는 일본 기업이 많아 이 회사는 인도에서 전문 인력 부족에 시달렸다. 그래서 일본뿐 아니라 해외에서 유능한 인력을 공개 채용한 것이다. 이 사례는 최근 인도에 진출하는 일본 기업이 얼마나 많은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와 인도 간 자유무역협정(CEPA)이 2010년부터 발효됐지만 한국 기업들의 인도 진출은 지지부진하다. 그러나 일본은 인구 12억의 거대 시장 인도에 물밀듯 진출하고 있다.

통계를 보자. 주인도 일본대사관에 따르면 인도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2006년 초 267개사에서 2011년 말 812개사로 3배 증가했다. 반면 인도 진출 한국 기업 수는 같은 기간 320개에서 400여개로 늘어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일본보다 훨씬 많던 인도 진출 한국 기업이 역전되어 일본 기업의 절반도 채 안 된다.

일본 기업의 인도 투자 금액도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인도 투자 규모는 2009년 11억8000만달러, 2010년 15억6000만달러, 2011년 28억7000만달러로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대인도 누적 투자액은 121억달러에 달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대인도 누적투자액은 8억8000만달러로 일본의 14분의 1에 불과했다. 특히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중 86%가 올해 인도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응답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인도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았던 일본 기업들이 갈수록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의 대인도 투자 인식 전환은 인도 시장의 잠재력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 의도도 내재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기업들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인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2000년대 중반 인도 시장을 장악한 LG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맹활약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과거의 소극적 투자 행태를 반성하고 한국 기업의 인도 성공 전략을 철저히 벤치마킹하고 있다.

반면 소수 대기업의 성공담에 취한 한국 기업들은 인도 진출에 상당히 소극적이다. 열악한 인프라, 부정부패와 관료주의 등 인도에서 사업하기 어려운 점만 나열하며 인도 시장 진출을 방관, 외면하고 있다.

이럴 경우 '21세기 엘도라도'로 불리는 인도 시장을 놓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과거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인도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래를 위해 과감히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 교훈은 여전히 매우 유효하다.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인도 투자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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