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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獨, 그리스에 진 빚 먼저 갚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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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그리스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는 긴축안에 대해 그리스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리스만 옥죄어 유로위기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아랑곳없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의 구제금융 이행 조건 완화 가능성을 줄곧 일축해왔다. 그리스 사태는 부패하고 비생산적인 그리스인들 스스로 자초한 것이니 그들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에서는 그리스인들이 선조 덕에 그 동안 잘 먹고 잘 살았다고 손가락질한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자신들이 열심히 일해 벌어먹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 소재 독립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지난달 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체코공화국ㆍ그리스ㆍ이탈리아ㆍ폴란드ㆍ스페인 등 유럽 8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유로와 유럽연합(EU)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설문 가운데는 EU 회원국 중 어느 나라 국민이 가장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하느냐는 항목도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리스인들의 답이다. 다른 7개국 국민 모두 독일인이 가장 열심히 일한다고 답한 반면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이 가장 열심히 일한다고 답했다. 이는 사실과 전혀 동떨어진 얘기도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유럽에서 최장시간 일하는 국민이 바로 그리스인들이다. 이들은 연 평균 2017시간 일한다. OECD 평균은 1718시간이다.

물론 오래 일한다고 생산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생산성이 낮은 나라의 근로자들은 근무 시간이 길다.

그리스의 낮은 생산성은 규제와도 연관 있다. 관광은 그리스 제1의 산업이다. 관광산업이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책임진다. 문제는 규제다. 일례로 세계적인 크루즈 선사 카니발앤프린세스는 그리스 선원 비율을 엄격히 정한 규정으로 그리스에 취역하지 못한다. 크루즈선은 그리스 대신 터키의 이스탄불이나 이스라엘 항구를 이용한다. 그리스에서 개발은 극도로 제한돼 있다. 빌라와 살림집은 주요 호텔 인근에 지어야 한다. 심지어 부동산 개발업자가 집이나 빌라를 파는 것조차 금지돼 있다. 빌려주는 것만 허용된다. 골프장 개발도 어려워 그리스에 존재하는 골프장은 겨우 6개다.
그렇다고 그리스 국민만 탓해야 할까. 그리스인들이 독일과 긴축안에 분노하는 데는 역사의 앙금도 한몫하고 있다. 독일은 2차 대전 당시 그리스로부터 앗아간 전쟁차관을 상환하지 않고 국가 이름으로 자행한 전쟁범죄에 대해서도 배상하지 않고 있다. 1941년 5월 그리스로 진격한 나치 독일은 재화와 식량을 닥치는대로 약탈했다. 그 결과 그리스인 수백만명이 물자 부족과 굶주림에 시달리면서 사망자만 30만명을 웃돌았다.

나치 독일은 그리스 중앙은행으로 밀고 들어가 강제로 '전쟁차관'까지 얻어냈다. 당시 강탈해간 전쟁차관은 지금까지 한 푼도 상환하지 않았다.

1944년 6월 델포이 신전 인근 디스토모 마을에서 자행된 나치 친위대의 잔인한 학살로 주민 218명이 무참히 살해됐다. 하지만 학살에 관여한 친위대 출신 독일인 가운데 처벌 받은 이는 한 사람도 없다.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만 고려할 경우 독일에 대한 그리스의 전쟁차관이 오늘날 16조2737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여기에 통상적인 금리 3%를 가산하면 전쟁차관 규모는 무려 108조4913억원으로 늘게 된다. 이는 향후 5년 동안 그리스 재정적자를 충당하고도 남는 규모다. 이것만 돌려 받아도 그리스는 경제를 재건할 수 있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독일에 상환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독일 중앙은행은 3500t이 넘는 금을 보유하고 있다. 돈으로 따지면 358조원이다.

그리스인이라면 으레 독일에 이렇게 요구할 것이다. "우리에게 진 빚부터 갚으라"고.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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