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는 우리나라 고유의 유전 자원으로 그 맛이 일품이다. 외국 사람들도 먹어본 사람이라면 한우의 맛에 대해 호평을 서슴지 않는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과거 어느 순간부터 젖소 고기가 한우 고기로 둔갑되더니 수입 쇠고기까지 한우로 둔갑돼 판매되는 경우가 발생한 적이 있다.
2000년대 초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한우 고기 유통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한우 고기 시장을 만들어 국내 한우 산업을 보호하고자 한우와 젖소를 판별하는 유전자 판별법을 개발했다. 이후 여러 나라들과의 FTA 후 예상되는 쇠고기 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해 수입 쇠고기와 한우 고기를 판별하는 유전자 판별법도 개발했다.
이 기술의 개발로 한우 판별 첫해인 2002년에는 의뢰된 시료의 16.8%가 한우가 아닌 고기로 판명됐지만 2003년 8.1%, 2004년과 2005년에는 1.9%로 매년 줄어들었다. 급기야 2006년 이후에는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유전자 분석 기법은 한우를 판별하는 데 이용될 뿐 아니라 현재 시행되고 있는 소 및 쇠고기의 이력 관리에도 핵심적인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이력 관리란 생산ㆍ유통ㆍ판매 등 단계별로 정보를 관리해 안전성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제품을 추적, 원인 규명 및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위한 제도로 축산물에서는 소와 쇠고기에서 시행하고 있다. 소의 경우 생산지, 도축, 유통 단계에서 DNA를 분석하고 그 정보를 저장해 활용한다.
한우 판별을 위한 분석법이 단속을 위한 목적이라면 이력 관리에 활용되는 분석법은 말 그대로 생산ㆍ유통ㆍ판매까지 단계별 정보 관리를 위한 방법이다. 또 이력 관리의 한 부분으로 친자 감별도 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유전자 분석 방법이 활용된다.
이렇듯 유전자를 활용한 분석법은 우리 한우 산업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한우 고기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우리들이 어렵다고만 생각하고 있던 유전자, 그 유전자를 분석하는 기술이 언제부터인가 우리 바로 옆에서 우리의 먹거리를 지켜주는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주 가던 한우 고깃집이 갑자기 문을 닫으면 한우 고기를 속여 팔았다는 소문이 바로 돌았다. '아! 이거 그동안 한우 고기가 아닌 고기를 한우 고기라고 먹었단 말인가!'라고 생각했다. 수입되는 외국 쇠고기에 맞서 우리의 건강을,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술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생산부터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관련 기업이나 상인들이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상도를 지키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장길원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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