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 '가뭄해결사' 등극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104년 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전국 각지가 타들어가는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가 물대기에 나섰다. 16개 다목적댐과 14개 용수댐의 여유 저수량을 광역상수도로 흘려보내, 타들어가는 논바닥에 단비를 내리붓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전국 가뭄지역에 광역상수도 비상연계시설을 활용해 부족한 공업 및 농업용수를 긴급 공급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긴급 물대기는 각종 댐의 여유저수량 확보와 광역상수도망을 활용할 수 있어 가능했다.

수자원공사는 현재 전국 16개 다목적댐 저수량의 저수량을 예년 대비 101%, 14개 용수댐은 예년의 120% 수준인 2억㎥ 가량 확보해 운영하던 중 전국적인 가뭄이 찾아왔다.

수자원공사는 원래 생활용수 등으로 활용되는 물이지만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농민들을 위해 물을 풀기로 결정했다. 관련 농어촌공사,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가뭄피해지역 인근의 광역상수도망을 활용해 물이 필요한 곳의 수도꼭지를 틀었다.

수자원공사는 수도권광역상수도 3, 4단계 관로를 이용해 극심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흥시의 소래저수지와 물왕저수지에 일평균 약 3만톤의 농업용수를 지난 22일부터 긴급 지원 중이다. 수도권광역 3단계 농업용수 비상 공급량은 이날부터 24일까지 20만9000㎥가 지원됐으며 4단계는 35만5000㎥가 흘러들었다.

충북 증평군 증평읍에 위치한 삼기저수지에도 충주댐광역상수도 정수장 여유량을 활용해 지난 18일부터 하루 500㎥의 비상용수가 공급 중이다. 24일까지 총 공급량은 3만5000㎥다.

임하댐 등 4개댐은 농업용수 부족 등을 겪고 있는 댐 인근지역에도 현재까지 8100만㎥의 용수가 지원되고 있다.

대호지의 낮은 저수율로 인해 공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산 대산임해산업단지에도 아산공업용수도 아산정수장과 가압장을 연결해 지난 15일부터 일평균 13만톤의 물을 내보냈다. 이에 삼성토탈, 현대오일뱅크, KCC, LG화학, 롯데 등 대산5사의 가뭄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을 막았다.

이외에도 가뭄이 심각한 강원, 경기, 충남·북 지역에 급수차량과 병물을 지원하고 있다. 태안 7000병, 순창 5000병, 부안 4000병, 보령 2000병, 원주 2000병, 서산 2000병 등의 물병이 지원돼 타들어가는 목을 적셨다. 정읍, 서산 등지는 급수차량이 지원돼 불편을 덜었다. 평소 지하수 관측에 활용되는 가뭄지역 인근 지하수 관측정을 활용해 일 270㎥의 농업용수도 공급 중에 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말 장마전선이 북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자원공사는 비가 내릴 때까지 농민들의 타들어가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긴급 급수 지원은 무상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 농어촌공사 등과 협의해 추후 대금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