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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의 슬픔 간직한 영월, 장릉·청령포·관풍헌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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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지난 2009년 6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남한에 있는 왕릉 40기 중 39기는 서울과 경기지역에 위치해 있다. 도성에서 100리(약 40㎞) 안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조선왕릉 중 유일하게 도성에서 멀리 떨어진 첩첩산중 영월에 위치한 능이 바로 ‘장릉’(莊陵)이다. 영월의 ‘장릉’에는 숙부인 수양대군에 의해 왕위를 뺏기고 끝내 17살의 나이에 목숨까지 잃은 단종(端宗)이 잠들어 있다.

1441년 문종과 현덕왕후 권씨 사이에서 태어난 단종은 이후 1452년 문종이 승하하자 12살의 어린나이로 경복궁 근정전에서 조선의 제6대 왕에 즉위했다. 그러나 왕위에 오른 지 3년 만에 수양대군이 정권을 잡기 위해 일으킨 계유정난으로 왕위를 넘겨주고 상왕이 된다.
이후 박팽년, 성삼문 등이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발각돼 모두 죽임을 당하는 사육신 사건이 일어나자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등돼 영월로 유배됐으며, 금성대군 유가 다시 단종복위운동을 일으킨 사건을 계기로 1457년 죽임을 당하고 만다.
단종의 봉분은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다. 언덕 아래로 홍살문과 정자각이 자리잡고 있다.

단종의 봉분은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다. 언덕 아래로 홍살문과 정자각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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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왕 단종이 묻힌 ‘장릉’은 능의 형태도 다른 왕릉과는 다르다. 터를 잡아 왕릉을 조성한 것이 아니라 동강에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호장 엄홍도가 수습해 선산에 몰래 암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릉’의 봉분은 다른 왕릉과는 달리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으며, 묘역도 좁다.

일반적으로 봉분과 일직선으로 놓이는 ‘홍살문’과 ‘정자각’이 봉분의 아래편에 위치해 있는 것도 특징이다. 봉분이 위치한 높은 언덕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홍살문에서부터 제례 때 제물을 올리는 정자각에 이르기까지 어도(御道)와 신도(臣道)가 직각으로 꺾여서 이어진다. 장릉의 정자각은 언덕의 정상에 위치한 봉분 옆을 향하는 특이한 형상을 하고 있다.
단종의 슬픔 간직한 영월, 장릉·청령포·관풍헌을 가다 원본보기 아이콘

장릉 안에는 단종의 시신을 거두지 말라는 세종의 어명에도 불구하고 시신을 수습한 엄흥도의 충절을 기리는 정려각이 있으며,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충신위(忠臣位) 32인, 조사위(朝士位) 186인, 환자군노(宦者軍奴) 44인, 여인위(女人位) 6인을 합해 총268인의 위패를 모셔 놓은 장판옥(藏版屋)도 눈에 띈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는 삼면이 물로 둘러싸여 있고 서쪽으로도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어 마치 섬과도 같은 곳이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는 삼면이 물로 둘러싸여 있고 서쪽으로도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어 마치 섬과도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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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이 ‘장릉’에 묻히기 전까지 영월로 유배를 와서 지낸 곳은 모두 두 곳이다. 처음 머물렀던 곳은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밖으로 출입할 수 없는 ‘청령포’다. 영월군 남면 광천리 남한강 상류에 위치한 청령포는 삼면이 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서쪽으로는 육륙봉이라 불리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어 마치 섬과도 같은 곳이다.

단종은 이곳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유배생활을 했으나, 두달 만에 큰 홍수가 나 강물이 범람하면서 청령포가 잠기게 되자 영월 동헌의 객사인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겼다. 청령포에는 단종의 비통한 모습을 직접 보고(觀) 통한의 눈물을 삼키는 소리(音)를 들었다고 해서 관음송(觀音松)이라고 불리는 소나무가 있으며, 서울에 두고 온 부인 정순왕후를 그리워하며 단종이 쌓았다는 돌탑인 망향탑도 있다.
영월읍내에 위치한 관풍헌은 단종이 마지막에 거처했던 곳으로, 도 지정 유형문화재 26호로 지정돼 있다.

영월읍내에 위치한 관풍헌은 단종이 마지막에 거처했던 곳으로, 도 지정 유형문화재 26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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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이 마지막으로 머무른 곳으로 알려진 관풍헌은 영월읍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관풍헌은 지방 수령들이 공사(公事)를 처리하던 객사로, 단종이 유배되었던 청령포에 홍수가 나자 단종의 거처로 사용되었던 건물이다. 단종은 관풍헌에 머물며 인근의 자규루에 올라 자규사(子規詞)와 자규시(子規時)를 읊었다고 전해진다. 관풍헌은 도 지정 유형문화재 제26호로 1457년 단종이 승하한 곳으로 역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박선규 영월군수는 “단종 임금의 마지막 거처였던 관풍헌은 장릉, 청령포와 함께 영월의 귀중한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보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관풍헌의 원형 보존을 위한 관심과 예산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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