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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도대체 어디 있나?"... 무늬만 관광명소인 북촌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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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명소'가 화장실 부족으로 '몸살'

▲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에 있는 화장실 표지판. 찾아가 보니 제대로된 공중화장실이 아니라 건물에 딸린 비좁은 화장실이었다.

▲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에 있는 화장실 표지판. 찾아가 보니 제대로된 공중화장실이 아니라 건물에 딸린 비좁은 화장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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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오종탁 기자] # 14일 오전 11시께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을 찾은 타이완인 우리린(여ㆍ34)씨는 불쾌한 경험을 했다. 소변 눌 곳이 없어서였다. 북촌로 12길 내 어디에도 화장실을 찾기 어려웠다. 가이드에게 물어 겨우 찾아 간 곳은 가회공방에 딸린 남녀공용화장실. 이마저도 10여분을 기다려야했다. 어렵사리 들어간 화장실 내부는 비좁고 불편했다. 2평 남짓한 공간에 두 칸 뿐이었다. 그나마 한 쪽은 'Do not enter(사용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린 씨는 "시간이 지체돼 일행을 놓칠 뻔 했다"며 "이런 관광명소에 큰 공중화장실이 없다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대표 관광명소인 '북촌한옥마을'이 화장실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객들은 공중화장실이 없어 불편을 호소하고, 인근 건물주와 상인들은 관광객들이 개인건물 화장실로 몰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회동 일대에 '공중화장실'로 지정된 개인 건물은 여덟개. 당초 열개였던 걸 건물주들이 두개를 없애버렸다. 장사에 방해된다는 이유에서였다.
▲ 14일 북촌한옥마을에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일행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다

▲ 14일 북촌한옥마을에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일행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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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턱없이 부족한 '지정화장실 찾아 삼만리'
북촌마을에서 "화장실이 어디있냐?"고 물으면 '가회동 주민센터'와 '가회동 성당', '중앙고'를 일러준다. 이곳 역시 비좁고 이용이 어렵다. 가회동 주민센터의 경우 2층 민원실옆에 세평짜리 화장실, 3층 동장실옆에 딸린 남녀공용화장실이 전부다. 현재 중앙고와 가회동성당은 공사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촌한옥마을을 찾은 외국인들은 화장실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다. 훼미리마트 가회동 지점 점원 김모씨는 "여기가 안내소도 아닌데 하루 평균 열댓 명의 관광객들이 수시로 와서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어봐 짜증 난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쓰레기통도 공중화장실만큼이나 찾기가 힘들다. 가회동 170번지에 위치한 문화원 건물 관리인 최모씨는 "관광객들이 화장실에 왔다가 쓰레기를 현관 우편함에 버리기도 한다"며 "CCTV로 보고 그러지 말라고 제지해도 외국인 관광객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 가회동주민센터에 위치한 남녀공용화장실

▲ 가회동주민센터에 위치한 남녀공용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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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관계자 "님비현상과 예산부족으로 공중화장실 신설 어려워"
관할 구청과 주민 센터는 '우리도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종로구청 관광산업과 관계자는 "공중화장실과 쓰레기통은 '없어서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다"면서도 "주민들은 동네 미관상 안 좋다고 '만들면 안된다'고 반발해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고 궁색한 소리를 했다. 혐오시설을 거부하는 '님비현상'은 북촌한옥마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구청은 예산부족타령만 늘어놓는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주변 땅값이 평당 7000여만원으로 금값"이라며 "공중화장실을 지으려면 20평에서 30평은 확보해야 하는데 팍팍한 예산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가회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개인건물 내부 화장실을 공중화장실로 제공하면 휴지값 정도인 월 7만∼8만원을 지원해준다"며 "그러나 턱없이 부족하다. 건물주들은 청소비와 물값도 줘야한다고 불만이 많다"고 덧붙였다.
관광 안내원 ‘밤에는 퇴근하고 낮에는 안 보이고
북촌마을 내 안내소조차 제구실을 못 한다. 재동초교 앞에 위치한 안내소는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주로 정차하는 북촌가 쪽과 한참 떨어져 있다. 이렇다 보니 관광객은 안내소를 찾기보단 북촌가와 가까운 훼미리마트에 들어가 이것저것 물어본다. 북촌마을 주민 장모씨는 "안내원 너댓이 같이 돌아다니는 걸로 아는데 낮엔 더운지 안 보이고 밤엔 퇴근해 도통 못 봤다"며 "제대로 안내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휴식 공간 부족도 문제다. 북촌한옥마을 길은 가파르다. 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른 이날도 관광객들은 힘겹게 오르막길을 올랐다. 일본인 관광객들을 인솔하던 한 가이드는 "관광객들이 종종 힘들어 한다"며 "의자 몇개 놔두기만 해도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종로구청 관계자는 "관광안내소 앞에 있는 벤치에서 쉬면 된다"며 "예산이 부족해 별도의 휴식 공간을 만들긴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북촌한옥마을은 지난해 서울시 설문조사에서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서울 관광지' 4위에 뽑혔다. 남산N서울타워 명동 경복궁의 뒤를 이었다. 김모(65ㆍ여) 씨는 "여기 와보니 아기자기한 한옥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만 제대로 갖추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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