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남미 페루 잉카 유적지를 여행할 당시 '어쩌면 가능한 만남들'의 저자 홍선기씨.

4년전 남미 페루 잉카 유적지를 여행할 당시 '어쩌면 가능한 만남들'의 저자 홍선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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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3년 넘게 출판사 216곳에서 퇴짜를 당했던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오뚝이처럼 딛고 일어서서 책을 출간해낸 것 같이, 해외 판로 개척을 통해 우리 농산물을 외국에 알리고 싶어요."


오는 8월 졸업을 앞둔 홍선기(남 28)씨를 9일 만났다. 외국인 노동자, 세계일주, 출판, 창업. 지난 4년 동안 그가 살아온 인생의 키워드이다.

단돈 20만원과 비행기 티켓을 들고 지난 2008년 5월 런던에 도착한 홍 씨는 민박집 머슴살이, 청소부미화원, 펍(Pub) 아르바이트로 일하며 ‘런던에서 살아남기’에 성공했다. 그렇게 6개월간 일해 돈을 벌어 세계 일주까지 마친 그가 이제 청년창업가가 돼 우리농산물의 해외 판로개척에 나섰다. 200여 곳이 넘는 출판사에 문을 두드리며 책을 낸 경험처럼,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20만원으로 세계일주한 청년.."우리농산물 해외에 알리고파" 원본보기 아이콘
‘어쩌면 가능한 만남들’. 포기할 뻔 했던 이 책이 지난 4월 말 세상에 나왔다. 이 책에는 홍 씨가 런던에서 6개월간 악착같이 돈을 벌어온 과정과 서유럽, 북미,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동유럽 등 27개국을 일주한 4개월 동안의 여행기가 담겨있다. 특히 클럽 죽돌이로 지내 온 스물 넷 홍 씨가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 철 좀 들어 돌아오겠다’며 도전한 ‘런던에서 생존’은 많은 자극을 남긴다.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노동하는 일, 현지인들과 부대끼며 배운 세상과 쌓아간 우정이 진솔하게 적혀있다.

2009년 3월 해외에서 돌아오자마자 홍 씨는 여행기를 완성해 백방으로 투고했지만 거절당했었다. 장장 4년 가까이 받아주는 출판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좌절을 했고, 포기의 유혹이 왔지만 어머니의 격려가 담긴 문자 메세지에 다시 힘을 냈다. 책은 그런 과정의 결실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책 출간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그는 현대건설 비정규직으로 1년간 일하며 등록금과 창업자금을 모았다. 홍 씨는 “런던의 한 펍에서 일할 때 이튼칼리지와 옥스퍼드대를 나와 유수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의 청년들이 대학 학자금이며 결혼자금까지 부모에게 손을 벌린다는데 크게 놀라워하며 질책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평소 느끼지 못한 반성과 함께 내 손으로 등록금도 마련해보고 부모님께 보답해드려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했다.


현재 그는 종횡무진 거래처를 확보해나가고 있는 초보 창업자다. 직장을 갖는 것보다 도전적이고 모험해볼만 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는 지난해 8월 명절선물 유통업체 ‘우리몰’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지난해 추석 첫 영업실적은 기대보다 쏠쏠했다. 매출 8000만원, 순익 2000만원. 하지만 그만큼 지난 설 명절 때 맛봤던 적자상황은 ‘방심은 금물, 겸손해야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홍 씨는 “실망감이 컸는데, 올해 경기가 작년보다 더 좋지 않았고 신정과 구정이 1월에 겹치는 상황을 따져보지 못했었다. 매도 먼저 맞는다는데 실패를 달게 받아들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비단 돈을 버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 농촌을 살리는 데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 출간하기까지 숱한 거절을 맛본 그다. 지인 한명도 없는 외지에서 돈을 모으고 세계를 누볐던 것처럼 한 번의 실패에 기죽을 홍 씨가 아니었다. 여행을 통해 다양한 삶들을 목격했고, ‘꿈’을 키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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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산물 지킴이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한국의 농산물을 알리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이 생겼다”


그에게 하루하루는 기대로 가득 차다. 세계일주 여행기를 세상에 알리는 것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연결하는 일도 모두 '사람이 사람을 만나' 가능한 것이었다. 이제 그는 우리 농산물로 세계를 다시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외국어도 더 열심히 익히고, 국제무역사와 유통관리사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세상은 홍 씨가 걸을 앞으로의 4년을 기대하고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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