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이후의 애플을 예측하기, <인사이드 애플>

[BOOK]"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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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지난해 10월 사망 이후 애플 전 최고운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거의 '신'의 반열에 올랐다. 동시에 애플이 잡스의 부재를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 섞인 시각이 뒤따랐다. 반 년 즈음이 흐른 지금, 애플은 일단 순항중이다. 지난 1분기에도 애플은 매출 392억달러에 순이익 166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애플을 향한 기업과 대중의 호기심은 여전히 엄청나다. 잡스가 창조했던 애플의 신화는 잡스 없이도 계속될 수 있을까? 만약 애플이 고유한 전략과 시스템에 따라 성공을 일궈냈다면, 그것을 모방하는 기업들도 '제2의 애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단 10개 미만의 제품으로 세계 1위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는 회사, 애플의 비밀은 무엇일까.


애덤 라신스키의 '인사이드 애플'은 경제지 '포천'의 선임기자인 애덤 라신스키가 애플의 내외부를 취재해 쓴 책이다. 라신스키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수십명의 애플 전현직 직원과 관계사, 실리콘밸리 사람들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현 시점에서 애플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최대한'을 담았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책 속에서 묘사되는 애플은 폐쇄적인 종교 조직이다. 잡스는 교주이자 독재자로 군림한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라'는 절대적 규칙 아래 자신의 괴팍한 취향을 지독하게 밀어붙인다.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특징으로 내세우는 실리콘밸리의 다른 IT기업과 달리 애플은 오직 일만 하고, 직원들은 가혹한 노동조건 속에 애플이 요구하는 비밀주의를 준수해야 한다. 전직 애플 엔지니어는 "(직원들은)마치 종교에 헌신하는 것처럼 애플에 헌신합니다"라고 말한다. 돈을 특별히 많이 주는 것도 아니다. "애플에서 돈 얘기하면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린다(81쪽)"는 것이다. 애플에서 일하는 것이 즐겁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애플 직원들은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죽음의 행군'을 감수한다. 라신스키는 이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잡스임을 되풀이 상기시킨다. 책 속에서 잡스는 전지전능하고 카리스마적인 영도자다. 애플의 모든 것을 전부 꿰고 있고, 잡스의 얼굴 한 번 못 본 직원들조차 자신의 일을 잡스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 애플은 제품군이 적어서 2주간 임원회의에 참석하면 모든 제품군을 검토할 수 있다. 게다가 잡스는 고객에게 보내는 상품 소개 메일의 내용도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수정을 지시할 만큼 꼼꼼한 인물이었다. "애플에는 잡스를 숭상하는 문화가 존재합니다(55쪽)". 역시 전직 애플 직원의 표현이다.

한편으로는 잡스의 '리더십'이 놀랍다. 잡스의 리더십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최악의 인물이다. 편집증에 가까운 자신의 비밀주의를 전 사원에게 강제하고, 변덕이 심하고 화를 잘 낸다. 내부에는 인사이동이 별로 없고, 승진보다는 강등이 더 많다. 구성원들은 계속 갈등을 겪는다. 잡스는 사내 직원들을 직접 추려 '톱100'이라는 이름의 비밀 모임을 열곤 했다. 직원들은 자신이 거기 포함되는 데 감정적으로 반응했다. 이 명단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상처를 받았다. "이는 잡스도 충분히 알고 있으며 내심 즐기는 일이기까지 했다(127쪽)". 잡스는 인화(人和)하는 리더가 아니다. 모든 직원이 외경하는 '구약의 신'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잡스와 잡스의 회사 애플이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를 '인사이드 애플'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잡스와 애플의 방식은 지금까지의 경영학 이론이나 상식으로는 풀이되지 않는다. 애플의 조직은 엄격한 하향식으로 운영되고 보수적이며 회의가 잦다. 구글은 회사에 게임과 운동시설을 설치하고 자유시간을 허락하며 하향식 의사소통구조를 해체해 그렇게 잘 나가는 회사가 됐다는데, 애플이라는 조직에서는 '크리에이티브'의 원천이 어디인지 찾아 낼 길이 없다. 주주들을 적으로 생각하는 데다가 디자인팀의 요구가 금언으로 받아들여지는 '기형적' 태도 등 애플의 미스테리는 끝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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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했던 이유를, 이 책도 보통 사람들의 추측과 비슷하게 제시한다. 그 모든 게 잡스 때문이었다는 거다. 애플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잡스의 '통찰력'과 '집념'때문이었단다. 저자 라신스키는 잡스 없는 애플의 미래 예측을 "애플이 과거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수준으로 에둘러간다. 애플의 조직 구성과 '후계자'들의 가능성을 거론하긴 하지만 잡스의 광휘에 비하면 그것들은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다.


때문에 애플을 알고 싶고 따라하고 싶은 기업이 이 책을 읽는다면 실망할 것이다. 누구든 잡스가 될 수는 없다. 따라해서도 안 된다. 애플이라는 회사에 호기심이 많은 '애플팬'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만 하다. 애플 운영체제(OS) '스노우 레오퍼드'에 실릴 표범 사진을 그토록 까다롭게 골랐다는 이야기. 영상 편집프로그램에 넣을 배경음악을 녹음하려고 런던 심포니를 동원한 이야기부터 조너선 아이브같은 '스타'들이 애플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 그 유명한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은 어떻게 준비되는지 애플 '박물지'로서의 기능은 충분하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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