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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난치는 언론, 부끄러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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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재현 기자]'단독', '긴급', '특종' 등 수많은 인터넷 기사에 붙는 수식어들이 읽는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통상 어디서부터가 '단독'인지, 어디까지가 '긴급'인지, 어떤 면이 '특종'인지 언론사 조차도 알수 없다.

지난 17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출입구에는 3개 언론사 기자들이 설깬 잠을 물리치고 이건희 회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10여분 가량이 지난 무렵 이 회장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마주쳤고 소송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대법원 까지라도 가겠다. 지금 생각 같아선 한푼도 줄 수 없다."

소송이 줄을 잇던 지난달에도 좀체로 입을 열지 않던 이 회장이 강경한 어조로 심경을 밝혔다. 이 회장의 발언 도중 1개 언론사 기자가 자리에 들어섰다. 총 4명의 기자들이 취재해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2개 언론사는 엉뚱하게 '단독'이라는 머릿말을 붙여냈다. 그것도 기사는 정작 '단독'을 붙이지 않은 다른 언론사가 먼저 써냈다. 이 정도면 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사들의 이 같은 단독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터넷 포털을 통해 뉴스가 소비되면서 저마다 기사를 치장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그 병폐중 하나가 '단독', '긴급'이 된 것이다.

때로는 '단독'이 붙었다가 이미 수주전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올라와 있어 나중에 '단독'을 빼는 경우도 있고 처음에는 붙이지 않았다가 나중에 슬쩍 '단독'을 넣는 경우도 있다. 이정도는 양반이다.

아예 다 같이 듣고 비슷한 시간대에 기사를 써 놓고도 '단독'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이번 경우가 그렇다.

이번 경우처럼 4명의 기자가 함께 듣고 함께 기사를 썼다면 '단독'이 아니라 '공동'이라고 붙여야 하지 않을까? 바이라인 역시 공동취재단이라고 달아야 마땅할 것이다.
함께 모여서 듣는 경우를 두고 우리는 발표했다고 한다. 이렇듯 '아' 다르고 '어' 다른 상황에서 언론사들은 스스로를 부끄러워 할 필요가 있다.

공정한 경쟁은 항상 승부의 결과를 빛나게 한다. 하지만 그릇된 경쟁은 서로를 피폐하게 만든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 상도의를 어긋나게 하는 행위는 더욱 그렇다. 서로를 멸시하고 폄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 언론의 이 같은 병폐를 보는 독자의 눈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백재현 기자 itb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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