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반해 미국은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벤처와 신기술 아이디어가 성장을 주도하며 급변하는 기술과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결국 혁신의 실패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앞세운 경쟁자들에게 시장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얘기다. 즉, 일본 전자산업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로서의 역할에는 성공했지만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지는 못했다고 표현할 수 있다.
대표적인 퍼스트 무버의 예로 세계 컴퓨터그래픽(CG) 애니메이션의 선구자인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세계 최고 디자인집단 IDEO그룹을 꼽을 수 있다. CG 애니메이션의 시대를 연 픽사는 컴퓨터의 화소를 의미하는 'Pixel'과 예술 'Art'의 합성어로 만들어졌다. 픽사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컴퓨터 애니메이션 분야에 뛰어들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냈다. 그들의 첫 장편영화 '토이스토리'는 3000만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었고 미국에서 1억9000만달러, 전 세계적으로 3억6000만달러의 놀라운 흥행을 올렸다. CG라는 새로운 창조와 혁신을 도입한 결과 지금까지 '애니메이션' 영화계 흥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IDEO의 경우도 그렇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디자인 집단인 IDEO그룹은 공룡기업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사 등의 제품을 디자인하며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과거 기업들은 제품을 무조건 눈에 띄게 만들고 훌륭한 기능을 많이 넣어 팔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IDEO의 디자인 혁신은 21세기의 기업 경쟁력이 자사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면에 '디자인 경영'을 내세울 수 있도록 변화시켰다. 바로 남들이 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로 성공한 '퍼스트 무버'의 사례들이다.
현재 한국의 전자 산업은 감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우리 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은 더 넓은 그림을 그리며 창의성으로 무장한 진정한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이다. 미래 산업을 밝힐 진정한 승리자는 일본 전자산업의 패스트 팔로어와 같은 물리적인 속도전이 아닌 퍼스트 무버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 발굴에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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