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재벌개혁 초점은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맞춰져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부활과 순환출자 규제가 대표적이다. 민주통합당은 순자산액 대비 출자총액 상한을 25%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새누리당도 출총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은 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반작용의 측면도 있다.대기업이 슈퍼마켓(SSM)과 제과점, 치킨 등 골목상권까지 침투하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불공정관행에 대해 메스를 들이겠다는 의미다. "1%의 부자와 99%의 서민"이라는 국민정서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타이밍'과 '실효성'이다. 총선을 석 달 앞두고 쏟아지는 대기업 관련 정책은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정치권이 내놓고 있는 이같은 재벌 규제책은 대부분 실효성마저 의심스럽다. 한물간 출총제를 다시 들고 나오는 것부터가 그렇다. "대기업은 나쁘다"는 반(反)기업 정서를 이용해 획일적인 규제를 적용한다면,"빈대는 못잡고 초가삼간만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골목상권 진출 등 대기업의 중소영역으로 사업 확장을 경계하는 것이라면 실효성이 없다"며 "대기업이 부당한 거래를 했을 때 제재를 강화하고, 시장평판을 통해 압력을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소 김현욱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인수합병은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부정적 의미와 사업 다각화란 긍정적인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며 "이를 죄악시해 규제 일변도로 나간다면 결과적으로 미래성장 동력을 까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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