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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불법대출 적발 3조원 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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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백과사전...돈받고 눈감아 부실 키운 감독당국, 수억 챙긴 정·관계 비리 인사, 불법대출한 돈 제 주머니 챙긴 차주, 서민예금 막 퍼준 대주주·경영진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이 적발한 저축은행 불법대출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섰다.

합수단은 7일 지난해 11월에 이은 2차 수사결과 발표를 갖고 현재까지 규명된 저축은행의 불법 대출 규모가 3조 2758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1차 발표 이후로만 1조 1078억원 규모의 불법대출이 추가로 전모를 드러냈다.
합수단이 1차 발표 이후 추가 적발한 1조원대 불법대출은 상호저축은행법이 금지한 대주주 자기대출이 80억원, 담보가 없거나 부실한데도 이뤄진 부실대출 357억원, 부당하게 발행된 후순위채 48억원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도를 초과해 돈을 빌려준 금액만 1조 59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합수단은 최근 2개월간 수사를 통해 서민들의 예금으로 전횡을 저지른 저축은행 대주주·경영진, 금품을 받고 이들의 비리를 눈감아줘 부실을 키운 감독당국 직원 등 33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합수단은 저축은행의 업무를 검사·감독할 위치에 있음에도 거액의 금품을 수수하고 저축은행의 불법을 묵인·비호한 금융감독원 직원 8명을 적발했다. 검찰은 5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은 불구속 기소한 뒤 나머지 1명도 구속해 수사 중이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명품시계, 고급양복 등 고가의 물품을 받은 것은 물론 8000만원~2억여원의 돈을 받아 챙기는 대가로 저축은행의 불법대출을 눈감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는 “구속기소된 정모(51)·김모(53) 등 부국장급 고위 검사역들은 특정 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검사를 담당하는 저축은행마다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전했다. 검사무마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아 챙기는 행위가 금감원 직원들에게 일상적으로 만연해 있었다는 이야기다.

금감원 직원들이 불법대출을 눈감아 주는 사이 국세청 직원들은 세무편의 제공으로 한 몫 챙겼다. 검찰 수사 결과 지방국세청 직원 황모(41·7급)씨는 토마토저축은행이 “세금을 적게 부과해주면 금품을 제공하겠다”고 제의하자 직접 금액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합수단은 세무조사 편의 제공 대가로 수천만원씩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국세청 직원 4명을 구속기소했다.

저축은행이 뿌려댄 ‘검은 돈’은 감독당국 직원들만 구워삶지 않았다. 저축은행 대주주·경영진들은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및 공적 자금 지원을 목적으로 정관계 인사들에게도 수억원을 건넸다.

합수단은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정·관계 인사 3명 및 이들과 저축은행을 연결해주고 돈배달까지 대신한 브로커 5명을 적발해 7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합수단은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인 박배수(46)씨, 이 대통령의 사촌 처남 김재홍(72) KT&G복지재단 이사장 등을 구속기소해 저축은행 비리는 자칫 대통령 친인척 비리로 귀결되는 모양새마저 빚어졌다.

합수단 수사 결과 대형 차주들은 저축은행 경영진과 결탁해 수천억원대 불법 대출을 받은 후, 대출금의 상당액을 자신들의 호주머니에 챙겼다. 에이스·제일 두 저축은행에서 8800억원대 불법 대출을 받은 고양종합터미널사업 시행사 대표 이황희(54·구속기소)씨는 대출금 중 926억원을 횡령했다.

검찰은 이씨가 저축은행이 끌어모은 서민의 쌈짓돈을 담보도 없이 대출받은 뒤, 이를 빼돌려 3억원대 외제차·명품가방 30억원치를 사들이는 등 사치스런 소비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 강남일대 유흥업소에서 수십억원을 탕진하고, 해외에 160억원대 부동산을 구입하는 등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은 이와 같이 불법대출로 감독당국 직원, 정·관계 인사, 브로커들을 먹여 살린 토마토·파랑새·프라임 저축은행의 대주주·경영진 3명을 구속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부실이 부실을 낳고, 비리가 비리를 낳는 악순환 구조”로 저축은행의 실태를 진단했다. 검찰 수사 결과, 비리가 적발된 저축은행 대주주·경영진은 온갖 편법을 동원해 저축은행 돈을 빼낸 뒤 개인사업에 활용하는 등 은행을 개인금고처럼 사용했고, 돈을 받아 챙긴 감독당국 직원들은 이들의 비리에 눈을 감아 저축은행의 부실을 키웠다.

한번 새어나간 돈은 이자지급 명목 등을 빌려 추가대출을 일으켰고, 반복된 대출은 비리의 반복 또한 함께 부른 것으로 조사됐다. 대주주·경영진의 비리를 눈감아 주는 대가로 이권을 쪼개간 직원들, 비리를 덮는 과정에 기생한 브로커, 배후로 나선 비리 정·관계 인사들이 저축은행에 쌓인 서민 예금을 나눠먹었다.

합수단 관계자는 “저축은행 비리는 서민들의 삶과 직결돼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지대한 만큼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철저히 수사해, 드러난 비리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책임·은닉 재산 확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합수단은 대주주·경영진이 차명보유하거나 해외로 빼돌린 재산들을 추적해 지금까지 2800억원을 피해 보전을 위해 찾아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는 지난해 9월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을 설치하고,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경험을 토대로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비리를 파헤쳐왔다. 설치 바로 다음날 영업정지 저축은행들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숨가쁜 행보를 펼쳐 온 합수단은 지금까지 저축은행 비리 연루 혐의로 모두 47명을 재판에 넘겼다.

수사 과정에서 김학헌 에이스저축은행 회장을 비롯해 일부 저축은행 관련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안타까운 장면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저축은행 비리에 검찰이 빼내 든 칼은 당분간 칼집에 돌아가진 않을 전망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오는 3월까지 합수단을 운용할 예정에 있으나 수사가 필요하다면 얼마든 연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한상대 검찰총장은 지난해 9월 저축은행의 무더기 영업정지 사태 이후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금융계에 만연한 부정과 비리를 뿌리뽑겠다"고 밝혔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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