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공단에서 만난 중소기업 대표의 말이다. 지난 22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1박 2일 중기투어' 간담회에 참석하고 돌아가는 그에게 간담회 성과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김 위원장의 답변이 아주 구체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대표들의 얼굴은 썩 밝아 보이지 않았다.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광주에서 만난 자동화설비 제조업체 대표는 "금융위가 무담보대출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문제는 금리"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담보대출 금리 또는 그보다 낮은 금리로 중소기업에게 신용대출을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특히 정상적으로 여신심사를 거친 중기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해당 직원에 불이익을 주는 은행 경영진을 문책하겠다고 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부담이 큰 듯 했다.
한 은행 부행장은 "여신에 대한 면책특권을 강화하겠다는 당국의 취지는 잘 알겠지만 은행 고유의 인사평가시스템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럴헤저드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1박2일 동안 버스를 타고 청주와 전주, 광주, 부산, 대구 등 전국을 한 바퀴 돌 정도로 열정을 불사른 김 위원장은 중기투어 내내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경제가 잘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관행에 비춰볼 때 숙제가 많은 게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앞으로 중소기업과의 만남을 정례화하겠다고 밝힌 점은 이런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위원장이 아니라 중소기업에게 직접 돈을 빌려주는 은행의 마인드가 아닐까? 중기투어 몇 번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태도가 확 바뀔까 싶어서 하는 말이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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