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회장 선거, 또..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내달 18일 새 회장을 뽑는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식 선거운동(11월4일)이 시작되기도 전에 '누가 나온다더라' 'A후보는 누가 밀고 있다더라' 'B 후보는 얼굴마담 용이라더라' 등의 말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중앙회장 후보로는 최원병 현 회장과 전남 나주·남평 김병원 조합장, 경남 합천 최덕규 조합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후보자등록 기간인 내달 4일 이후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최원병 현 중앙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다. 최 회장은 2007년 12월 당선돼 올 연말이면 4년 임기가 끝난다. 최 회장은 지난해 4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회장직을 연임하지 않고)한번만 하겠다"며 "임기를 잘 마무리하고 퇴임해서 고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 중앙회장 선거가 과열 양상을 띠는 것은 최 회장이 당초 언급과는 달리 재선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4일 후보 등록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노조와 일부 조합장들은 최 회장의 연임 움직임에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앙회장 선거 방식은 전국 조합장 1170여명이 뽑는 직선제에서 대의원 288명만 투표권을 갖는 간선제 방식으로 변경됐다. 최 회장이 취임한 이후 제도가 바뀌었다. 그래서 일부 조합원들은 최 회장이 연임을 위해 자회사의 임원 자리에 투표권이 대의원들을 앉히고 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렇듯 농협회장 선거는 매번 복마전 양상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민감한 자리기 때문에 선거 시작 전부터 끝나고 난 후까지 이런저런 '설'들이 끊이지 않는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 230조원에 25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한 조직이다. 중앙회 산하에 지역조합만도 1170개가 있고 중앙회 임직원만도 1만8000명이나 된다. 조합원은 240만명에 이른다. 중앙회 회장은 이 조직을 등에업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국회의원들 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게 농협 중앙회장이다.
중앙회장으로 선출된 이후에도 각종 이권과 얽혀있다. 이 때문에 회장 직선제로 바뀐 1988년 이후 3명의 회장이 모두 감옥살이를 했다. 한호선(14~15대, 1988~1994), 원철희(16~17대, 1994~1999) 회장은 공금을 개인적으로 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정대근(18~20대, 1999~2007) 회장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 때문에 회장의 인사권이 배제되고 회장직이 상임에서 비상임으로 바뀌는 등 중앙회장의 권한이 많이 축소 됐다. 그러나 이것은 형식일 뿐 아직까지 대부분의 권한은 회장이 행사한다.
그 예로 대표이사 선임건을 들 수 있다. 중앙회장 아래 경제, 신용 등 각 사업별 대표이사가 포진해 있다. 이들 대표이사들은 인사추천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물론 이사회와 대의원회의를 거치지만 추천위에서 단일 후보를 올려 검증만 하기 때문에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대표이사를 뽑는 인사추천위원회는 이사조합장 2명, 일반조합장 2명, 외부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다. 구성원의 과반 이상이 내부 사람들(조합장 4명)로 구성된 것이다. 중앙회장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농협의 내부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내년에 농협이 신용과 경제부문으로 분리되더라도 중앙회장직은 변화가 없다"며 "수십억원씩을 써가며 중앙회장이 되려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고, 회장의 영향력은 연봉이나 조직의 수장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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