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로 반려동물의 난치병 고치겠습니다"
줄기세포 치료 동물병원 등장
건국대 '동물 줄기세포 치료ㆍ연구센터' 센터장 정병현 교수 인터뷰
[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고성능 셀 카운터(추출된 줄기세포의 내막을 조사하는 장치) , 줄기세포 정제(지방조직을 원심분리해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기술) 장치, 무균실. 사람을 위한 병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건국대학교(총장 김진규) 내 '동물 줄기세포 치료ㆍ연구센터'(이하 센터)에서 볼 수 있는 시설들이다. 사람과 평생 함께 살며 인생의 동반자 노릇을 하기에 어느새 '반려동물'로 불리기 시작한 애완동물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것들이다. 돈이 있어도 기술 때문에 치료를 못 받아 반려동물이 죽어나가는 현실은 사람에게도 큰 고통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센터 구축을 추진해온 정병현(63ㆍ사진ㆍ건국대 수의학과 교수) 센터장. 그가 치료하려는 건 '삶의 가치'였다. 지난 26일 문을 연 센터를 27일 찾아 정 센터장을 만나봤다.
정 센터장이 난치성 질병을 앓고 있는 반려동물 치료에 나선 건 수의학과 교수이자 수의사로서 그동안 많은 동물들이 고통받는 것을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토리(마르티즈, 10살)라는 강아지를 맞이했던 정 교수는 치료의 한계에 부딪혔다. 토리의 주인은 토리가 언젠가부터 다리를 저는 것을 보고 동네 동물병원을 찾았다가 다리에 암세포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수소문 끝에 정 교수를 찾아왔다.
'토리가 나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으니 살려만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주인을 보며 정 교수는 갖가지 약을 투여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토리의 지방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정제해 분석했다. 하지만, 분석결과를 비교 분석할 만한 데이터가 없었다. 어떤 치료법이 보다 효과적인지 찾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올해 2월 토리는 주인의 눈물 속에 숨을 거뒀다.
정 센터장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응용시에 생체 부작용이나 분화작용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작업이 가능한 곳이 그가 이번에 만든 센터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시설이다.
센터에는 수의학과 26명의 교수들이 연구원으로 참여해 생화학, 면역학 등 관련 분야와의 융합연구를 통해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동시에 줄기세포 치료과정 및 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 센터장은 "대표적 반려동물인 개의 경우, 수명이 길어야 20년이기 때문에 현재 질병을 앓고 있는 개들을 구하려면 하루라도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관절염이나 척추손상, 인대손상 등 퇴행성 질환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는 즉시 가능한 단계다. 지역 동물병원에서 퇴행성, 만성 질환 수술을 위해 마취시 지방조직을 채취해 센터로 보내면 센터에서는 무균실에서 수작업으로 이를 분쇄하고 원심분리 과정을 통해 줄기세포만을 정제한다.
센터는 정제된 줄기세포를 고성능 셀 카운터에 넣어 1cc당 세포 개수, 생존율, 사이즈 등 내막 검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기록한 후 냉장 5도씨 상태로 지역병원으로 이송한다. 지역 병원에서는 수술 마지막 단계에서 정제된 줄기세포를 동물의 수술부위에 이식하는 것으로 수술을 마무리한다. 지방조직으로부터 줄기세포를 분리 정제하고 치료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3시간이다.
정 센터장은 "미국에는 이미 수년전에 Vet-Stem이라는 회사가 설립돼 연간 6000~7000여 건의 동물 줄기세포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년까지 앞으로 남은 4년 반이란 기간 내에 우리도 그렇게 되도록 만들겠다"는 그는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작업을 더욱 서두르게 된다"고 말했다. 난치병에 걸린 반려동물을 치료해 오래 살도록 하는 것이 그 동물 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에게도 커다란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게 정 센터장의 설명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