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의 법칙'이 뭐지?..유행어로 본 북한 생활상
"김정일, 너나 잘하세요"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고임의 법칙", "국정가격과 도덕은 다 수출됐다". 최근 북한에서 돌고 있는 유행어다. 고임의 법칙이란 뇌물을 줘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의미의 '고이다'에서 파생된 용어로 북한 주민들은 이 고임의 법칙을 '뉴턴의 운동법칙'에 포함시켜 "잘 살려면 운동의 4법칙을 지켜야한다"고 북한 간부들의 부패상를 꼬집고 있다. 뇌물과 안면이 당의 지시 보다 앞선다는 의미의 '물·안·지'나 "믿을 건 내 손바닥 뿐이다" 등의 유행어도 북한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과거에는 북한의 경제난을 반영하는 유행어가 많았다. '중국에선 강아지도 이밥(쌀밥)을 먹는다', '똥도 먹어야 싸지', '강영실(강하게 영양실조가 걸린 군대)' 등 식량부족에 따른 궁핍한 현실을 비관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북한 체제를 비꼬는 유행어가 생겨난 것은 식량배급이 중단된 1990년대부터라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배급중단에 따른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는 시장경제와 관련된 용어들이 생겨났다.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판다'는 의미의 '되거리'와 차량을 이용해 장사를 하는 '차판장사' 등의 용어는 북한에서 유통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에는 북한 체제 뿐 아니라 김정일이나 후계자 김정은을 직접 겨냥한 비속어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에게는 '뚱뚱이', 김정은은 '꼬맹이'라고 부르며 세습체제를 비아냥거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84년 8월3일 북한의 경제난을 타계하기 위해 "공장과 기업소내 부산물을 활용해 생필품을 만들어 쓰라"고 지시한 날을 지칭하는 '8.3'은 가짜나 사이비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최근에는 불륜관계를 지칭하는 '83부부'로 파생, 북한의 퇴폐적인 성문화를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북한에선 남녀관계가 '혁명적 동지 관계'로 규정해 자유 연애를 제한해 왔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영향으로 유통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함께 지역을 다니며 장사하는 남녀가 불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한의 문화가 암암리에 퍼지면서 관련 유행어도 생겨났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나왔던 이영애씨의 "너나 잘하세요"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됐고, 올해 들어선 문화방송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한 주민들은 하이킥 동영상을 '연극' 등으로 바꿔 부르며 검열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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