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막힌 LG의 감독 교체, 이번엔 통할까?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박종훈 감독이 LG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팀을 맡은 지 2년만이다. 겉으로 드러난 형태는 자진 사퇴. 하지만 일부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발표에 앞서 경질 통보가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구단 특유의 잔혹한 감독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2000년 이후 임기를 채운 건 김재박 감독이 유일하다. 이광은, 김성근, 이광환, 이순철 등 지휘봉을 쥐었던 대다수 감독들은 모두 중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감독 교체는 선수단 체질 개선을 위해 구단이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다. 하지만 변화는 유독 LG에게만큼은 통하지 않고 있다. 2003년 이후 구단은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올 시즌도 다르지 않다. 시즌 초반 30승 고지를 가장 먼저 밟았지만 59승 72패 2무로 한화와 함께 공동 6위에 그쳤다. 잇따른 부진의 원인은 충분히 감독으로 쏠릴 수 있다. 선수단의 총괄적인 책임을 맡은 자리인 까닭이다. 하지만 다수 관계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감독이 아닌 선수단 내 분위기를 가장 큰 이유로 손꼽는다.
LG는 어느 구단보다 화려한 전력을 자랑한다. 조인성, 박용택, 이병규, 이진영, 정성훈 등 다년 계약으로 거액을 챙긴 자유계약(FA) 선수만 5명에 이른다. 트레이드를 통해 이택근, 송신영, 김성현 등을 데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성적은 올해도 정체를 거듭하고 말았다.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들의 기록은 대부분 하락세를 그렸다. 지난해 데려온 이택근의 타율은 7년 만에 2할대(.297)로 떨어졌다. 홈런도 5년 만에 두 자릿수(4개)에서 멀어졌다. LG 이적 전까지 그는 4년간 110경기 이상을 뛰었다. 하지만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100경기 이상을 소화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건 시즌 도중 데려온 송신영과 김성현도 마찬가지. 송신영은 이적 뒤 10세이브를 올렸지만 2패를 떠안았다. 트레이드 전까지 3승을 기록했던 김성현도 9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단 1승(3패)을 챙기는데 그치고 말았다. ‘국민 우익수’로 칭송받던 이진영의 기세도 한풀 꺾인 지 오래다. 2007년부터 4년간 3할 이상을 유지해 온 타율은 올 시즌 2할7푼6리로 뚝 떨어졌다. 홈런은 프로 입문 13년 만에 가장 적은 2개를 치는데 그쳤고 잦은 부상으로 100경기(97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시즌 전 박종훈 감독은 넘치는 외야 자원의 활용을 놓고 고민에 잠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기우였다. 작은 이병규, 이택근, 이진영, 이대형 등의 잇따른 낙마로 시즌 전 구상은 사실상 이뤄질 수 없었다.
박명환의 침체도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계약금 18억 원을 주고 데려왔지만 4년간 남긴 성적은 14승에 그쳤다. 올해는 아예 마운드에 오르지도 않았다. 이에 한 선수는 “솔직히 몇몇 선수들을 보면 맥이 빠진다. 누구는 팔이 빠져라 던져도 연봉이 그대로인데 누구는 푹 쉬면서도 몇 억씩을 챙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타 구단 선수들이 보는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몇몇 선수들은 올 시즌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남의 구단을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심스럽지만)롤 모델이 될 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보니 좀처럼 팀 분위기가 좋아지지 않는 것 같다”고 견해를 내놓았다.
LG에게 선수단에 대한 잡음은 낯설지 않다. 구단은 그간 잦은 불협화음에 시달렸다. 2009년 한 투수는 2군에서 배트로 후배의 머리를 가격해 물의를 빚었다. 그 해 조인성, 심수창(넥센) 배터리는 경기 중 마운드 위에서 언쟁을 벌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마찰은 선수와 선수 사이에 그치지 않았다. LG에서 은퇴한 한 야구인은 “2군에서 모 코치가 지각을 한 것도 아닌데 라커룸까지 오는 시간이 늦었다며 벌금을 요구했다. 이에 항의를 하다 따귀를 얻어맞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 같은 일이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벌어졌다”며 “당시 2군 감독은 구단에 일이 알려져 신변에 이상이 생길까 사건을 덮기 급급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바라보는 선수단의 분위기는 좋아질 리 없다. 이내 코치, 선수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기이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올 시즌은 더더욱 그러했다. 프로야구는 초반 경기 외적인 요인의 발생으로 크게 멍들었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여기에 LG 선수들이 대거 연루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고 있다. 유부남의 이름까지 거론돼 향후 큰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한 관계자는 “많은 LG 선수들이 스타의식에 젖어있어 이름이 다수 거론되는 것 같다”며 “사고가 바뀌지 않는 이상 LG는 제자리걸음만을 반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프런트가 지나친 배려로 선수들에게 스타의식을 주입시키고 있다”며 “야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 타파를 위한 급선무는 통솔력 있는 지도자의 영입이다. 하지만 최근 LG의 행보는 이와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LG는 7일 박종훈 감독이 내려놓은 지휘봉을 김기태 수석코치에게 맡겼다. 내부인사로 시행착오를 줄이자는 명목 아래 내린 결정이었다. 성적 향상만을 고려한다면 이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LG가 가진 문제는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가을야구와의 인연도 9년째 맺지 못하고 있다. 다른 구단과 형편이 판이하게 다른 셈. 하지만 LG는 올 시즌 초보감독으로 성공한 류중일, 양승호 감독의 이름을 거론하며 성공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총체적인 난국을 과연 김 신임감독은 뜯어고칠 수 있을까. 다양한 중책을 짊어진 그가 새로운 LG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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