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스씨, ‘제17회 서산시민대상’ 수상…“어려운 환경에도 희망의 끈 놓지 않아”

산토스씨(오른쪽)가 ‘제17회 서산시민대상’을 받고 남편(왼쪽), 딸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산토스씨(오른쪽)가 ‘제17회 서산시민대상’을 받고 남편(왼쪽), 딸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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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우리 남편이 점점 아파가요. 정말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삶이 더 힘들어져요.”


16년째 누워있는 남편에 중학생 딸, 팔순을 넘긴 시어머니, 본인까지 4명의 생계를 책임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결혼이주여성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충남 서산시 대산읍 화곡리에 사는 필리핀 출신의 산토스 재클린멘도자(44·여)씨.


산토스씨는 1995년 코리안드림을 안고 국제결혼으로 남편 김강호(50)씨를 만나 사고무친의 우리나라에 첫발을 디뎠다.

결혼 이듬해인 1996년 여름, 남편 김씨는 조개를 잘못 먹고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려 3차례에 걸친 큰 수술 끝에 두 다리를 잘랐다.


“결혼한 지 1년 만에 그런 일이 생기고 나니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았어요. 앞날이 깜깜하고 살아갈 일이 막막했어요”라며 산토스씨는 그 때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남편의 손을 잡고 상처치유와 재활치료를 도왔다. 1년이 넘는 노력 끝에 남편 김씨는 의족에 의지해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


힘든 살림에 가족의 건강마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 안 되는 정부지원금으로 생계를 꾸려야하는 고단한 한국생활이 이어졌다.


다리가 없는 남편과 관절염이 심한 시어머니는 거동조차 힘들었고 그 와중에 새 식구로 딸아이가 태어났다.


산토스씨는 낙담하지 않았다. 부근에 있는 보습학원, 유치원,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영어 원어민교사로 일하며 틈틈이 집안일을 하고 농사일도 도맡았다.


아내이자 며느리로, 어머니이자 선생님으로, 남편의 손과 발로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고 힘겨운 삶이었으나 그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어둠의 그림자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9년 남편 김씨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아예 병석에 누워버렸다. 이어 지난해 뇌졸중이 심해지면서 전신마비 증세와 함께 뇌병변 1급 장애까지 받았다. 말 그대로 꼼짝도 못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남편 병수발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만 했다. 가족들 생계가 막막하고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길게 엄습했다.


산토스씨는 포기를 모른다. 남편의 굳어가는 몸을 주무르고 또 주무른다. 하루에도 여러 번 남편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끼니때마다 시어머니에게 정성껏 밥상을 올린다.


마을사람들은 “산토스는 비록 외국에서 시집왔다고는 하지만 웃어른을 공경할 줄 알고 시어머니를 봉양할 줄 아는 천생 우리나라 사람”이라며 칭찬이 자자하다.


산토스씨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월 90여만원의 생계급여와 남편 김씨 앞으로 나오는 장애연금(16만원) 등 100여만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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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스씨는 최근 ‘제9회 서산시민체육대회’ 개막식 때 ‘제17회 서산시민대상(효행 및 선행 부문)’을 받았다.


서용제 서산시장 권한대행은 “다문화가정여성으로 언어·문화적 차이와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강한 생활력과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효행과 선행을 실천하는 산토스씨야 말로 서산시민대상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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