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인텔이 구글과 손잡고 모바일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인텔 폴 오텔리니 최고경영자(CEO)는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회의(IDF)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인텔칩을 공급하기로 구글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초소형연산처리장치(MPU) '아톰' 프로세서를 구글 안드로이드에 최적화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구글 역시 인텔 프로세서에 맞춘 차세대 운영체제 개발에 나선다.


인텔과 구글은 이미 구글TV, 크롬 노트북 칩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협력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번 협력안은 그보다 좀 더 '진화'했다. 이미 시제품은 완성됐고, 내년 상반기에는 아톰 프로세서를 적용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출시될 전망이다. 구글 쪽에서도 적극적이다.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은 "향후 모든 안드로이드 버전에서 협력체계를 구축해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IT업계 '공룡'인 인텔과 구글이 같은 편에 서면서 시장 구도도 재편될 전망이다. 먼저 '윈텔'로 불리며 PC시장을 장악했던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관계는 약화됐다. MS는 이미 '윈도우8'을 발표하며 인텔의 경쟁사인 ARM의 프로세서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모바일 시장에서 PC시장과는 다른 협력 양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구글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ARM 프로세서뿐만 아니라 인텔 프로세서까지 사용하면서 안드로이드 확산에 가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업계 일부에서는 이 기회에 구글이 모바일 기기 제조업체로서 입지를 굳히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모토로라 인수에 이어 인텔과 손잡으며 안드로이드 개방 정책을 철회하고 독자 기기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 모바일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셈이다.

AD

특히 인텔이 이번 협력안을 계기로 모바일 시장에서 '아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인텔은 그간 모바일 대응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고전해왔다. 인텔은 2008년 저전력과 휴대성을 강조한 아톰 프로세서를 처음 출시한 뒤 '넷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시장의 대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빠르게 바뀌었고 넷북 판매량은 둔화 일로를 걷게 됐다. 모바일 프로세서 개발에서 뒤처지게 된 인텔은 경쟁사인 ARM 프로세서에 비해 전력소모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 진입조차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 초 아난드 찬드라세커 인텔 부사장이 시장 대응 실패를 이유로 사임했을 정도다.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1억대를 돌파, PC 출하량을 앞지른 데다가 태블릿PC 시장 역시 연 60%에 달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인텔 위기론'은 더욱 확산됐다.

인텔은 이 날 행사에서 10.1인치 크기 태블릿에 구글 안드로이드 허니콤을 얹은 태블릿을 선보였다. 사용된 프로세서는 아톰을 기반으로 한 '메드필드'. 인텔은 경쟁사 대비 빠른 처리속도를 보여주는 등 늦은 시장 진입을 성능으로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비전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인텔의 '명예회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PC업계 전문가는 "인텔 프로세서가 실제로 어느정도 성능을 낼 수 있는지 시장에서 검증이 필요하다"며 "본격적으로 제품이 출시될 예정인 내년 상반기에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진 기자 sj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