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무실은 고속도로..고객감동 있어 보람"
명절연휴가 더 바쁜 '이동점포 은행원들'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연휴나 휴가철 등 '빨간 날'에 더 바쁜 은행원들이 있다. 전국을 돌며 영업하는 은행 이동점포에서 일하는 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긴급한 상황에도, 휴일에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특수 차와 함께 어디서든 영업에 돌입하는 이들은 은행에서는 '슈퍼맨'과 같은 존재다. 은행별로 많아야 3대에 불과한 이동점포 차량으로 전국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통 본점 점포개발부에 소속으로, 아파트 집단대출 지원ㆍ대학교 신입생 업무지원ㆍ명절연휴 이동점포 개설 등 외근 업무가 주를 이룬다.
우리은행 이동점포를 담당하고 있는 김용수 차장은 벌써부터 추석 연휴 이동점포 준비에 마음이 급하다. 현재 대구 상인동에서 아파트 집단대출 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그는 이 업무가 끝나면 추석 연휴때 중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으로 이동해 영업하게 된다.
연휴기간동안 주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운영되는 이동점포의 주 업무는 신권 교환과 입출금. 명절인 만큼 신권을 바꾸려는 여행객과 갑자기 입출금이 필요한 고객을 위해 휴게소에 은행을 설치하는 것. 김 차장은 "추석의 경우 3억2000만원, 새뱃돈 수요가 큰 설의 경우 4억~5억원 정도의 현찰을 챙겨 휴게소로 떠난다"며 "하루 일과가 끝나면 금고 대신 인근 경찰서 무기고에 잔금을 보관한다"고 말했다.
그는 "명절연휴 때면 마지막날 밤 11시나 돼야 고향으로 가는 차에 몸을 실을 수 있다"며 "몸은 힘들고, 가족들 보기도 미안하지만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차장이 이동점포를 담당한 지도 벌써 8년째다. 당초 서울 테크노마트 지점에서 근무하던 그는 이동점포를 처음 만든다는 소식에 지원서를 냈다. 다이나믹한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는데다, 보람도 클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직접 지원서를 냈던 만큼 각오도 상당했다.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버틸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다. 지점 영업에서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스트레스가 많았다. 비상대기조로 언제든 출동해야 하고, 주말과 연휴가 따로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
지방에 나간 경우에는 근처 모텔에서 며칠씩 숙박해야 한다. 주 고객이 없어 매번 새로운 고객을 대응해야 하는데다 급하게 은행일을 보러 찾아오는 고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고객 응대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곳에서 뜻밖의 은행 서비스를 받고 기뻐하는 고객들을 보는 재미로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7년이 훌쩍 흐르니 이제 김 차장은 이동점포 업계에서는 다른 은행 직원들도 모두 알아줄 정도의 '베테랑'으로 통한다. 우리은행에 비해 후발주자로 나선 타 은행 이동점포 직원들이 직접 김 차장을 찾아와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연휴 때마다, 휴가철마다, 혹은 인기 아파트 집단대출 현장에서 자주 만나는 각 은행 이동점포 직원들은 같이 식사도 하고 정보도 나눈다. 동병상련을 달래는 셈이다.
신한은행에서 이동점포를 담당하는 이상범 점포개발팀 팀장은 "명절 연휴에 고향을 몇 년째 못 가고 있는 처지라 현장에서 타 은행 이동점포 직원들을 보면 매우 반갑다"며 "미리 만나 이동점포 장소를 교환하고,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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