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청문회 직전 밝혀져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지난 10일 부산시청 브리핑룸에 모습을 나타낸 조남호 HJ중공업 회장은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하던 도중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그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였음이 드러났다. 지난 6월 17일 이후 50여일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주 활동을 벌였다는 회사측 설명과 달리 조 회장이 7월 몰래 한국에 들어와 2주간을 머문 뒤 같은 달 27일 다시 미국으로 출국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18일 국회 청문회가 열리기 직전에야 밝혀졌다.
그동안 조 회장과 한진중공업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재계도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귀국 사실까지 숨긴 이유는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며 "마치 양파껍질처럼 벗길수록 의문만 더 증폭되고 있다. 국내 조선 1번지라는 한진중공업 최고 경영자(CEO)로서의 리더십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한진중공업에 몸 담았던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회사에 대해 큰 관심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큰 줄기는 잡아줬다고 하지만 조선업은 수주와 건조가 반복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실무자들이 모든 것을 다했고, 그의 역할은 마지막 결재서류에 사인을 하는 게 다였다"고 말했다.
밑에서 모든 것을 알아서 다해주니 자신은 그저 시키는 데로 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조 회장과 그를 둘러싼 전문경영인들간의 관계 때문에 그는 2009년 영도조선소 구조조정을 시작할 때부터 감지된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문제를 키우기만 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 스스로 자초한 이번 사태로 회사 직원들은 물론 국민들은 그의 진심은 도대체 무엇인지 의심하고 있다"며 "국회 청문회가 조 회장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