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업계 지킨 25년 뚝심 GIS사업 성공시대 활짝
윤재준 선도소프트 대표
인생의 3분의 1을 한 기업에 쏟았다. 한 곳에 정붙이고 애정을 쏟았으니 ‘포기’를 모르고 달렸다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중적이기도 하다. 아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임에 발을 들인 과감한 면모가 보이기 때문이다.
소프트 기술이 취약한 국내 시장에서 내실이 탄탄한 중소기업이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소프트 기술 하나로 꾸준한 성장을 일궈왔다. 기업의 이름은 선도소프트. 이곳의 주인인 윤재준(70)대표는 1987년 당시 GIS(지리정보시스템) 기술을 황무지나 다름 없었던 국내에 도입한 선두주자다. 지리정보시스템이 국내에 정착되지 않은 신기술로 간주될 때였다.
윤 대표의 당시 나이 55세.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때를 기다려 선도소프트의 창립 기반을 찬찬히 다져왔다. 그는 IT기술로 기업 경영을 시작한 CEO답게 컴퓨터 분야에 능통하다. 그의 남다른 학업 열정만 봐도 알 수 있다. 대학 시절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미국 명문 대학교 산업공학대학원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때 기계공학에서 컴퓨터 응용분야로 전공을 바꿨다.
졸업 후에는 곧바로 암달(Amdahl)이라는 컴퓨터 전문회사에서 컴퓨터 관련업무를 했다. 윤 대표는 “학습한 것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계공학과 컴퓨터 응용분야를 접목시킬 수 있는 캐드캠(컴퓨터 관리 기술)을 알게 됐다.
그는 이 분야에 발을 들여 공부한 후 관련 분야의 컨설팅업으로 직종을 바꿨다. 이후 에너지 회사인 시스템스 컨트럴과 전력회사인 PGNE에서 컨설팅을 맡았다. 1984년 귀국 직후 그가 캐드 전용 프로그램인 오토캐드를 국내 IT 업계에 들여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는 그의 냉철한 관찰력은 이때부터 빛을 발했다. 미국에서 재직했던 전력회사에서 GIS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본 윤 대표는 일찌감치 지리정보시스템(GIS)의 잠재력을 점쳤다. 본래 사업에 뜻이 있었던 그는 국내에서 GIS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GIS는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의 줄임말로 지리공간 데이터를 분석·가공해 교통 ·통신 등의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윤 대표에 따르면 GIS가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교통·통신 외에도 토지·자원·환경·도시·해양·군사·상하수도 등 광범위하다.
미래의 글로벌 1등 기업과 손잡은 혜안
그렇다면 이 기술을 어디에서 들여온 것일까. 알고보니 선도소프트의 배후에 든든한 협력회사가 있었다. 이름하야 미국 기업 에스리(ESRI). 에스리는 GIS 기술 개발사로 현재 전 세계 GIS 소프트웨어 사용자의 80%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표가 회사를 창립할 당시 에스리의 사업 규모는 미미했다. GIS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윤 대표의 선견지명 덕분일까. 에스리는 이후 승승장구하며 성장 가도를 달렸고 전 세계적으로 해당 업계에 영향력을 떨치는 기업이 됐다. 에스리의 기술을 국내에서 독점 공급해온 선도소프트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 사이 생겨난 몇몇 GIS 기업들이 부도가 나거나 회사 규모가 반 토막이 될 때도 선도소프트는 꿋꿋이 강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럼에도 윤 대표는 이러한 파트너십 경영 능력을 순전히 ‘운’ 덕분이라고 말하는 겸손함을 보였다.
국내에서 선도소프트는 GIS 업계 1위로, GIS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다. 기업 규모를 살펴보면 2009년 기준으로 총 임직원 수가 225명, 고객 사이트가 1900여 군데, 사용자가 1만1500명이다.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도약을 시작한 선도소프트는 2003년 코스닥 기업에 상장됐다. 그간 달성한 매출은 상장 첫해인 2003년에 170억원, 2004년에 232억원, 2005년 244억원, 2006년 330억원, 2007년 411억원.
윤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매출이 270억원으로 성장세가 잠깐 주춤했으나 올해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고 있다는 것. 그는 매출 목표를 400억원으로 잡아 작년 대비 약 50%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국내 GIS 시장은 약 3000억원 규모로 전체 IT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국토해양부는 국내 공간정보산업 시장이 2012년에는 11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공간정보산업은 지리정보시스템을 포함하는 보다 광의의 개념이다.
이에 따라 선도소프트의 기술 응용 분야도 넓어지고 있다. CCTV에 GIS 기술이 활용돼 범죄 예방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서울시 자치구들이 이 기술을 도입했다. 일부 자치구는 3차원 GIS 기술을 적용해 범죄예방에 더욱 만전을 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윤 대표는 GIS 기술을 지금보다 더 확대 보급하는게 최대 목표다. “무한한 잠재력에 비해 아직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한편 윤 대표 개인적으로는 교육 사업에도 큰 뜻을 두고 있다. 1992년 GIS 전문교육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는 1만3000여명의 교육생을 대상으로 실무 관련 교육을 펼쳐왔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교육이 시급하다는 게 윤 대표의 생각이다.
향후 스마트 그리드(차세대 전력망), 클라우드 컴퓨팅(인터넷 기반 컴퓨터 기술) 등 IT 관련 기술의 발전도 선도소프트에게는 기회라고 했다. 윤 대표가 경영하는 기업 뿐 아니라 GIS 환경 전반에도 그의 교육 철학은 크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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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25년간 외길 경영을 펼치며 윤 대표에게 고비는 없었을까. 그의 얘기를 들어보니 제법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왔다. 2000년 이전까지 선도소프트는 미개척 분야에 발을 들인 위험부담을 고스란히 안아야 했다. 직원 확장, 기술 도입과 마케팅 등에 필요한 자금을 융자받아야 했던 것. 당시에는 은행의 대출 장벽이 높아 대출도 만만치 않았단다. 충분한 시드머니(종자돈)도 없었기에 어려움은 더했다.
10년여간 재정 적자를 떠안았지만 포기하지 않은 그의 ‘뚝심’은 결국 2000년대 초반 소프트웨어가 팔리기 시작하며 위기 탈출구를 마련했다. 부채 탕감은 물론 매출이 월등히 높아지며 시름을 덜 수 있었다. 직원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대표가 됐다. 고생했던 시간을 회상하던 윤 대표는 “시범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여유작작한 미소를 보였다. 과연 포기를 모르는 남자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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