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든 기록적인 폭우가 밥상마저 뒤흔들고 있다. 국지성 집중호우로 농산물이 물에 잠기는가 하면, 신선한 채소들마저 습한 기후탓에 유통 과정에서 파손돼 각종 농산물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찾아간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서울시농수산물공사(이하 가락시장) 채소 중도매인인 송모씨(55)는 "10일전에는 적상추 4kg 한 박스가 11만원에 육박했다"며 "말 그대로 금(金)추"라고 전했다. 가락시장에서는 충북 음성 등 주요 수박 산지의 하우스들이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로 출하량이 줄면서 수박(상품) 1통이 전월대비 5천원이 오른 2만2000천원에 거래됐다. 한 달 사이에 29% 가량 급등한 것이다.
배추 역시 3개짜리 한 묶음(상품)이 1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고랭지 배추 한 포기는 지난달 18일 2287원에서 출발해 1일 3723원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12년째 배추도매업을 해 온 홍모씨(43)는 "고랭지 배추재배지는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일단 비를 맞은 잎채소는 유통과정에서 파손이 많이 일어나 로스(버리는 부분)가 많다"며 "경매가가 낮더라도 팔 수 있는 물량이 적어지면 배추가격은 일정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가락시장 도매상들은 집중호우의 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시간을 두고 나타나며 비 피해를 입은 산지에서 출하량이 달려 당분간 농산물의 가격 상승은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가락시장을 찾은 주부 전혜진(42)씨는 "제일 저렴하다는 이곳조차 채소. 과일 가격이 30%씩은 올랐다"며 "앞으로 다가올 추석 제사상을 구색을 맞춰 차릴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소비자물가의 급등과 맥이 닿는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 치솟았다. 2년9개월만의 최고치다. '가락시장 금(金)추'같은 채소류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신선채소류의 가격은 이번 비 때문에 한 달 전보다 많게는 수 백 퍼센트씩 가격이 올라 1985년에 채소류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박은희 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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