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회장, STX실권주 개인회사 통해 편법 인수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주주배정 후 실권주 발생 시 이사회가 주주와 같은 유리한 조건으로 특정인에 이를 배정해 특혜를 제공한 사례가 다수 발생할 점을 감안해 실권주 임의 처리를 금지키로 했다.
최근 완료된 STX의 유상증자도 실권주 임의 처리의 한 예가 될 수 있다.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증자에 2대주주인 강 회장은 단 한 주도 참여하지 않았지만 100% 출자 회사를 통해 실권주의 상당량을 챙겨가면서 막대한 수익과 경영권 확립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 STX는 1000만주의 유상증자를 통해 총 1695억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우리사주(200만주)와 구주주(800만주)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 결과 790만주가 청약에 참여했고, 나머지 210만주 정도는 실권 처리됐다.
강덕수 회장의 개인돈 20억원을 자본금으로 설립된 글로벌오션인베스트는 강 회장의 STX 보유주식 89만1000주를 대여받아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 288억원어치(지분율: 2.8%)의 실권주를 매입했다.
지분을 확보할 의지가 있었다면 주주배정으로 손쉽게 청약에 나설 수 있었지만 지분 취득에 들어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실권주 임의 처리를 악용했다는 분석이다.
강 회장은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직접 매입하기 보다는 강 회장 소유 법인인 글로벌오션인베스트가 대출을 받아 그 돈으로 실권주를 매입토록 하고, 대출금은 글로벌오션인베스트의 사업 수익으로 갚는 복잡한 절차를 택했다.
이와 관련, STX관계자는 “강덕수 회장이 개인적으로 얻은 이익은 하나도 없다”며 “단지 글로벌인베스트가 해외 사업 강화를 위해 지분취득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는 실제와는 거리가 있어보인다. 26일 현재 STX주가는 2만1150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1만6950원에 실권주를 받은 글로벌인베스트먼트는 1주당 4200원의 평가 차익을 거두고 있다. 강 회장은 실권주 170만주를 배정받은 글로벌오션인베스트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대략 71억원이 넘은 평가차익을 손쉽게 거둬들인 셈이다.
시세차익외에도 강덕수 회장은 법인 설립에 들어 간 자금 20억원으로 288억원어치의 STX 주식을 매입, 추가 지분을 확보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강덕수 회장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하려면 수백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서 개인회사를 통해 실권주 배정을 받는 방식을 통해 손쉽게 주식을 매입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실권주 임의 처리가 금지되면서 강 회장의 실권주 취득과 같은 사례는 사라질 전망이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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