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우리금융 매각 무산 명분 쌓나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금융당국이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희망하는 사모펀드(PEF)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자금출처 검증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당국은 입찰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모펀드 투자자(LP)가 두 개 이상의 사모펀드에 중복투자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인데, 이는 인수ㆍ합병(M&A)의 상식에서 벗어난다는 게 관련업계의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우리금융 매각 무산에 대비한 명분쌓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적자금위원회는 내달 17일까지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제안서를 접수받겠다고 11일 밝혔다. 금융지주회사 없이 PEF 3개사만으로 매각 절차를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
공자위는 보고펀드, MBK파트너스, 티스톤파트너스 등 3개사에 이번 주 내로 예비입찰 안내서를 보낼 예정이다. PEF들은 마감일 전까지 예비입찰제안서에 자금조달계획과 매입가격, 물량 등을 밝혀 제출해야 한다.
PEF의 우리금융 인수에 대한 반대여론을 감안해 공자위는 사모펀드의 법적 요건 및 자금조달 계획의 합리성 등을 꼼꼼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각 PEF에 투자하는 LP가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예컨대 국민연금 등이 여러 곳의 PEF에 동시에 투자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김용범 공자위 사무국장은 "PEF 만의 입찰이기 때문에 언론과 학계의 인정을 받으려면 구체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며 "비밀을 보장하고 매각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LP 중복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PEF 업계 관계자들은 이는 통상적인 M&A 상식에 어긋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개입찰에서 LP가 중복투자하는 것을 막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며 "LP들이 한 PEF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투자하는 것이 외국 딜에서는 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LP 기반이 좁아 중복투자를 허용하지 않으면 자금조달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국민연금 등 대형 LP 확보가 입찰 성패를 가르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다른 PEF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LP 기반이 뻔한데, 한 곳에서 국민연금만 잡아도 다른 곳은 참가를 못 하게 된다"며 "공개매각에 있어 LP에 제한을 두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금융당국이 PEF만의 입찰에 부담을 갖고 미리 매각 무산을 위한 명분을 쌓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확실한 놈(LP) 하나만 끌어 오라'는 메세지를 보내는 게 아닌가 한다"며 "규모가 큰 LP를 끌고 올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그러지 못하면 (매각 무산의) 책임을 PEF들에 전가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PEF들은 공자위의 의지를 받아들여 최대한 투명하게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각오다. 민유성 티스톤파트너스 회장은 "LP 중복을 잡아내면 자금조달에 다소 어려움을 겪는 부분도 있지만, (조달을) 못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공자위의 의지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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