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 남녀’ 한해 24만명 이혼 산업 주목하라
이혼한 이들의 가슴에 ‘주홍글씨’가 새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이혼남’ ‘이혼녀’는 입방아에 오르며 죄를 지은 것 마냥 한없이 움츠려야 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세간의 시선 그리고 이혼에 대처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이혼·재혼 희망자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가 하면 ‘쉬쉬’하던 화제를 공론화한 이혼 전문잡지도 등장했다. 이혼 관련 시장이 달아오르는 이유다.
이혼하는 부부가 한해 12만쌍에 달하는 시대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 2위를 다툰다. 1970년대만 해도 인구 1000명당 0.4건이었던 이혼율이 지난해 5배로 늘었다. 이혼은 더 이상 창피하거나 숨기고 싶은 일이 아닐 정도로 흔해졌다.
2009년 종영된 KBS TV 이혼 법정드라마 ‘사랑과 전쟁’. 이혼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인식의 변화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이 프로그램은 음지의 담론을 안방으로 끌어들여 적나라하게 펼쳐냈고 매회 시청자들로 하여금 찬반투표를 통해 이혼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부부들이 싸우면서도 즐겨 봤다는 후문이다.
부부·가족관계 전문 상담·교육 기관인 듀오라이프컨설팅이 지난해 20세 이상 39세 이하 미혼 남녀 9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 결혼 리서치-이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녀 모두 이혼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행복하지 않다면 이혼해야 한다’고 대답한 여성이 55.6%였고 ‘자녀가 없는 경우라면 이혼해도 괜찮다’고 응답한 비율이 21.4%에 달했다. ‘절대 피해야 한다’는 의견은 전체의 23%에 머물렀다. 남성의 경우에도 43.7%가 이혼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혼을 인생의 실패와 치부로 여기고 무조건 감추던 과거와 달리 삶의 한 방식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혼을 내세운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우울하지만 이혼 잡지까지 등장
지난 2월 국내 최초 이혼 전문지인 월간 <이혼이야기>가 출간됐다. 이 책은 법률과 금융, 심리, 양육, 재혼 등 이혼과 관련해 각 분야별 전문가 조언 및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이혼과 재혼을 직접 경험한 이종민 발행인이 이혼율은 높아지는데 이에 걸맞은 이혼문화가 없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 창간을 결심했다. 이혼 당사자들이 겪는 곤란과 고통에 관심을 두고 새로운 출발의 계기로써 재혼을 인식하도록 가이드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이혼이야기 김지태 편집장은 “이혼 얘기로 무슨 책까지 만드냐는 주변의 우려와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며 “이혼을 테마로 하고 있지만 가십꺼리로 다루지 않고 관계 맺음과 해결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독자들의 반응은 “도움이 많이 된다”며 긍정적인 편이다.
정기구독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설명. 김 편집장은 “캐나다에는 이혼·재혼 법률에 대한 북미 지역 변호사들의 조언을 담은 <디보스>란 전문지가 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특정 분야에 집중한 이혼 전문 콘텐츠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발간한 ‘2010년 사법연감’에 의하면 2009년 가사 사건 총 14만3038건 가운데 협의이혼과 재판이혼을 포함한 이혼 사건이 12만4483건. 2008년 11만6997건에 비해 6.39% 증가한 수치다.
이혼 사유 1위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다. 정신적·육체적 학대 등 부당한 대우 및 폭행, 성격차이가 그 뒤를 이었다. 협의이혼이 줄고 재판상 이혼이 늘어나는 것도 최근의 트렌드. 20년 이상 혼인 관계를 유지하다 50~60대 늦은 나이에 이혼을 감행하는 이른바 ‘황혼이혼’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덩달아 재산 분할, 위자료, 양육비 지급 등 복잡하고 어려운 이혼 절차를 해결하기 위한 이혼 전문변호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인철 이혼 전문변호사는 “이혼소송이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법률적 자문과 이혼에 따른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이혼 상담을 거치는 것은 필수 과정”이라며 “따라서 이혼 전문변호사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혼과 같이 중요한 문제는 상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아야 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탓이다.
고순례 이혼 전문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그동안 몰랐던 부부생활 문제나 재산 등이 드러나기도 한다”며 “경험을 가진 전문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이혼하면서 변호사 수임 비율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행복 되찾기’ 재혼 시장 300억원대 성장
결혼시장의 전체 규모는 약 1000억원. 그 중 재혼시장은 전체의 1/3에 이르는 300억원대로 업계는 추산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0년 총 결혼건수 32만6100건 가운데 21.9%인 7만1300건이 재혼 결혼이다.
1995년 재혼 비율이 전체 혼인 건수의 13.4%였던 때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 이렇게 재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결혼정보회사들도 재혼 마케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듀오는 재혼 전문 브랜드 ‘듀오 리매리’를 통해 재혼만 전문으로 상담하는 다른 업체와 달리 초혼자와의 만남을 함께 주선한다. 또 재혼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재혼자들의 학력이 높아지는 경향을 반영한 노블레스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중년층 가입자가 늘면서 황혼 재혼팀을 별도 신설, 관리하고 있는 것도 특징. 지난해 9월에는 ‘듀오라이프컨설팅’ 브랜드를 새로 선보이고 결혼생활에서 겪는 부부 문제나 가족 갈등, 자녀 양육문제, 이혼 법률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상담과 교육 사업을 진행한다.
듀오 재혼만혼 황희주 팀장은 “서로 안 맞으면 하루라도 빨리 새 출발을 하려고 해 젊은 재혼이 늘고 있다”며 “이혼과 재혼을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위해 과감하지만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선우는 재혼 컨설팅 비중을 50%까지 늘렸다. 일대일 미팅은 물론 소극적·내성적인 회원을 위해 3만원대 부담 없는 가격으로 온라인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재혼을 바라는 남녀를 대상으로 주말마다 개최하는 ‘스피드 데이팅’도 있다.
이성 15명을 1시간 동안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미팅 이벤트다. 1년에 10명 정도의 이성 만남을 주선하는 200만원대 커플매니저 매칭서비스와 차별화시켜 1회 20만원의 저렴한 비용을 책정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행복한 노후를 위한 황혼 재혼도 타깃이 되고 있다. 레드힐스는 황혼 재혼을 대상으로 한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최근 인천시와 대규모 노인 미팅 파티를 진행했으며 야유회와 영화 관람 등을 기획, 건강하고 활력 있는 노년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선우 이웅진 대표는 “향후 재혼 시장은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면서 2~3년 내 전체 결혼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혼 시 계약 분리되는 보험 상품도 등장
이혼율 증가는 보험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험사들이 통합보험을 자동 분리, 유지해주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부부나 자녀의 보험을 한데 묶어 가입하는 통합 보험은 보험료를 아끼고 온 가족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이혼 후 보험금 수령 때문에 보험을 해지하는 경우 납입했던 보혐료 손실 문제가 발생했던 것. 이를 보완해 별도의 보험 상품은 아니지만 부부에게 적용되던 보장혜택을 개별 명의로 분리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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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의 ‘내게 꼭 맞는 수퍼플러스 통합보험’, 동부화재의 ‘프로미라이프 컨버전스 통합보험’, LIG손해보험의 ‘LIG L-Plus 통합보험’, 현대해상의 ‘행복을 다 모은 보험’등은 계약 이후 이혼·분가·결혼 등 세대 변경 시 계약 분리가 가능하다.
주부 이영희(45)씨는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라 ‘이혼’이라는 만약을 대비할 수 있는 상품들이 나오면 고객으로서 반가운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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