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 연막작전, 방치하는 한국 정부
<흡연후진국 오명 이번에 벗어나자>
<中>국제 협약도 무시하는 나라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김효진 기자]캐나다는 흡연율을 성공적으로 감소시킨 대표적 국가다. 1987년 세계 최초로 기내 금연을 실시했고, 2000년에는 역시 세계 최초로 담배 포장에 그림 경고를 넣었다. 캐나다의 성인 흡연율은 1999년 25.2%에서 2008년 17.9%로 감소했다. 흡연율은 정부 정책뿐 아니라 가격, 건강에 대한 인식 등 수많은 요소들이 작용한다. 하지만 캐나다가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철저히 준수하거나 혹은 오히려 앞서 실행함으로써 흡연인구를 성공적으로 줄였다는 사실에 의심을 품는 사람은 없다.
◆한국 "경고는 작게 포장은 예쁘게"
캐나다에서 팔리는 담뱃갑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 그림에서 보듯 ①번은 사진경고로, 보건당국이 제시하는 16가지 그림 중 하나를 선택해 담뱃갑 면적의 50%에 넣도록 돼 있다. ②번에는 니코틴, 타르, 포름알데히드 등 담배 연기 속 독성물질을 나열한다. ③번은 니코틴의 중독성이나 암 관련 상식,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연락처 등이 빼곡히 쓰여 있는 내부 안내문이다.
담뱃갑 디자인을 강력히 규제한 2000년 이후 캐나다의 흡연율은 인상적으로 감소했다. 특히 청소년이 큰 영향을 받았다. 1999년 25%던 10대 흡연율은 7년 만에 18%로 떨어졌다. 이에 그치지 않고 캐나다는 현재 50%인 그림 경고문의 크기를 90%나 100%로 늘이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한국은 거꾸로다. 경고상자는 담뱃갑의 30%에 불과하며 그마저 흑백 글자가 전부다. 나머지 70%는 판매자가 자유롭게 디자인 할 수 있다. 라이트(light), 저타르(low tar), 순한(mild) 등 '덜 해로운 담배'라는 오인을 줄 수 있는 문구가 대다수 나라에서 금지되지만, 한국은 이를 허용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변화를 꾀하는 목소리가 없던 것은 아니다. 2009년 전혜숙 의원(민주당) 등은 경고를 문자가 아닌 그림으로 하도록 하고, 오도문구 표시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최근 의결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도 관련된 법안 4건은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국제기구서 한 약속은 어디로?
한국은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서명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2008년 8월까지 오도문구에 관한 규정, 2010년 8월까지 담배제품의 광고, 판촉 및 후원 금지 또는 규제를 이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국립암센터)은 "우리나라는 내년도 FCTC 총회 개최국임에도 협약 이행 상황은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자율협약이라 별다른 제재가 없다는 핑계로 이행에 소극적인 것은 선진국가로서 적절치 않은 행태"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협약 내용 중 특히 식당 및 술집 흡연금지를 시급한 문제로 꼽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150㎡ 이상 식당만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나누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런 크기의 식당은 전체의 7%에 불과하다.
◆담뱃값은 건보료로, 금연약은 개인돈으로?
한국 정부가 흡연자의 금연의지를 돕는 데 인색하다는 비난도 끊이지 않는다. 흡연자는 담배 1갑을 살 때마다 건강증진기금 354원을 내는데, 이렇게 모인 돈은 지난해 1조 9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기금의 명칭이 무색하게 이 중 1% 수준인 280억원 정도만 금연정책에 쓰인다. 나머지는 대부분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는 데 들어간다.
흡연자는 담배를 피울 때마다 건보료를 더 내고 있는 셈인데, 정작 금연을 위해 약을 사려 치면 건강보험 재정을 이용할 수 없다. 전문가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표적 금연약 2종류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미국, 영국 등 많은 금연선진국은 치료제 구입에 재정적 도움을 준다.
이들 나라와 달리 한국은 금연을 건강검진과 비슷한 개념의 '개인적 선택'이라 보기 때문이다. 결국 흡연자는 금연을 결심한다 해도 30만원이 넘는 약을 자기 돈으로 사먹어야 한다.
서 회장은 "흡연을 그저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로만 인식하는 게 문제"라며 "마약 중독자를 정신질환자로 분류하는 것처럼 흡연을 명백한 질병으로 규정하는 금연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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